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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좋은 재판, 좋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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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은 분쟁 또는 이해의 대립을 법률적으로 해결, 조정하는 판단(재판)을 내리는 권한을 가진 사람이다. 따라서 법관의 본분은 좋은 재판을 하는 데 있다. 그렇다면 좋은 재판은 어떤 재판인가.


2400년 전 소크라테스는 좋은 재판을 위한 법관의 자질로 “겸손하게 잘 듣고(to hear courteously), 현명하게 말하며(to answer wisely), 냉철하게 판단하고(to consider soberly), 치우치지 않게 결정해야 한다(to decide impartially)”는 4가지 덕목을 들었다. 김명수 대법원장님 역시 취임식에서 “좋은 재판은 투명하고 공정해야 하고, 적정하고 충실해야 하며, 쉽고 편안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여기에 덧붙여 누구는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재판이 좋은 재판이라고도 하고, 누구는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고 실체진실을 규명해 낸 재판이 좋은 재판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어떻게 해야 좋은 재판을 할 수 있을지 명쾌한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몇 년 전 법원에서 소통행사의 일환으로 ‘1대1 컨설팅’ 프로그램을 실시한 바 있다. 이는 6개월 동안 소통 전문가가 정기적으로 해당 재판장의 재판을 참관한 후 재판 진행 방식이나 소통 방식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컨설팅을 해 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당시 소통 전문가들이 우수법관으로 선정된 재판장들과의 개별 면담을 실시한 결과보고서를 보면, 이른바 좋은 재판을 한다고 평가받는 우수법관들은 공통적으로 배우자, 자녀를 포함한 가족들 및 주변 지인들과 안정적이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대학(大學)에 나오는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를 인용할 것도 없이 ‘좋은 재판’의 첫걸음은 법관 각자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법관은 판결로서만 말한다고 하지만, 적지 않은 기간 동안 법관으로부터 재판을 받는 당사자들에게 있어서 법관은 그 자체가 하나의 판결이다. 사실관계를 밝히고 정확한 판단을 내린 판결문과는 별개로 재판 과정에서의 법관의 온화한 눈빛과 말투, 어느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 인내하고 배려하는 경청의 자세 등은 또 하나의 판결이 된다. 그리고 그 안에는 법관 개인의 삶이 고스란히 묻어날 수밖에 없다.

2019년에는 정말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이은혜 판사 (서울동부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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