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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소장일본주의, 원칙과 기준 세워야

지난 10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 여부를 두고 변호인단과 검찰이 격돌했다. 변호인단은 검찰의 공소장이 공소장일본주의를 위배하여 위법하다며 공소기각 판결이 선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공소장에는 범행의 동기나 배경 등 법원이 예단을 갖게 할 수 있는 검찰의 판단과 의견, 공소사실과 직접 관련 없는 사항들이 가득 기재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공소사실을 특정하기 위해서는 해당 범행마다 동기와 배경을 기재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범행이 수년에 걸쳐 여러 동기와 배경, 목적에 의해 법원행정처 내부에서 은밀히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 주장이 부쩍 늘고 있는 만큼 법원은 차제에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지를 검토해서 원칙과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

그동안 공소장 일본주의에 위배됐다고 해서 공소기각되는 경우는 드물었지만 최근 주요 사건에서도 공소기각 판결이 선고된 사례가 있었다. 지난 10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다스 횡령 및 삼성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130억원 등을 선고하면서, 이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국가기록원에 넘겨야 할 청와대 생산 문건을 빼돌린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장 일본주의에 위배된다고 판단해 공소를 기각했다.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을 두고 불만이 많이 나오지만 실제로 법정에서 다투는 경우는 적다. 변호사들은 검찰이 기소하면서 제출한 공소장에 재판부가 피고인에 대해 예단을 갖게 할 수 있는 과거 전력이나 평가, 증거서류를 끼워 넣는 사례가 있다고 지적한다. 심지어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지만 다른 기재 내용 때문에 다툴 수밖에 없는 경우까지 있다는 비판도 있다.

검찰은 규정을 충실하게 준수해야 하고 법원이나 변호사들의 비판에 귀 기울여야 한다. 형사소송규칙 제118조 제2항은 공소장에는 법원에 예단이 생기게 할 수 있는 서류 기타 물건을 첨부하거나 그 내용을 인용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 여부는 공소장에 기재된 사실이 법관에게 예단을 생기게 하여 법관이 범죄사실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판례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번 기회에 검찰 내부나 학계에서 공소장 일본주의에 대한 원칙과 기준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목적, 방법, 분량 등으로 구체화해서 어느 범위까지 허용되는지를 구체적으로 따져서 기준을 마련해야 혼선을 줄일 수 있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