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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청년시대

사법농단은 헌법유린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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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법농단과 관련해서 지난 10월 30일 시민사회에서 관여 법관에 대한 탄핵을 제안한데 이어 11월 19일에는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도 관련자들에 대한 탄핵 촉구안을 결의하는 등 관여 법관에 대한 탄핵 목소리가 뜨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탄핵을 추진해야 하는 국회에서 관련 논의는 지지부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탄핵을 반대하는 주요 논거 중 하나는 “관련 형사사건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탄핵은 부적절하다”는 것인데 최근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들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면서 그러한 목소리에 힘이 실릴 우려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와 같이 형사 사건의 진행과 탄핵 여부를 연결하여 고민하는 것은 탄핵 제도의 취지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헌법 제65조는 특정 공무원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때에 국회가 탄핵을 소추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즉, 탄핵 절차에서 심리의 대상이 되는 것은 형법 뿐 아니라 다른 법률은 물론 헌법까지 포함한다는 점에서 형사적 수사절차와 중요한 차이가 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탄핵 제도의 취지에 대하여 “공직자가 직무수행에 있어서 헌법에 위반한 경우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을 추궁함으로써, 헌법의 규범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헌재 2004. 5. 14. 2004헌나1)”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즉, 탄핵 절차란 단순히 공직자의 비위 행위를 심판하는 기능을 넘어서 공직자들이 헌법정신에 근거하여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는지를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탄핵절차에 대한 심판권을 대법원이 아닌 헌법재판소에 부여한 것도 이와 같은 취지를 반영한 것이다.

직권남용, 업무상 비밀 누설과 같은 형법상의 죄명은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표현하기에 적절한 단어가 아니다. 이번 사태의 심각성은 3권분립의 정신, 구체적으로는 사법부 독립의 정신이 심각하게 훼손되었고 그러한 훼손을 사법부에 소속된 법관이 스스로 자행하였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사법부 내 일부 법관에 대한 사찰 및 일부 법관 단체에 대한 압력행사에서부터 개별 하급심 사건에 대한 개입에 이르기까지 그 행위에 유형이 광범위하고 관여 인사 역시 법원행정처를 거쳐간 법관 대부분이 연루된 초대형 사건이다. 여기에 더하여 최근에는 대법원에서 진행중인 전원합의체 사건에 대하여 대법원장이 한쪽 당사자의 소송대리인과 따로 접촉하였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모든 상황은 재판의 공정성 및 사법부의 독립성에 심각한 의문을 가지게 하는 행위들로 단순한 형사적 문제가 아닌 헌법 위반 행위로 접근해야할 문제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현 시점에 탄핵의 필요성은 더욱 크다고 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탄핵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헌법의 규범력을 확인”하는 데에 있다. 그런데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법관들이 형사 재판이 임박해오면 사직서를 제출하고 법원이 이를 수리할 경우 이들 법관에 대한 탄핵 심판은 영원히 불가능해진다. 그렇게 되면 이 사건에 대한 헌법적 판단을 받을 기회가 영원히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국회법이 탄핵이 소추된 사람에 대해서 사직 또는 해임을 금지하는 규정(국회법 제134조 제2항)을 둔 이유 역시 탄핵 심판은 단순한 공직자의 파면 문제가 아니라 헌법 위반 행위에 대한 심판의 기능을 하기 떄문이다. 이처럼 탄핵에 대한 헌법 및 국회법의 제규정의 취지를 고려해 볼 때 이번 사법농단 사태야 말로 형사 수사 및 재판의 결과와는 무관하게 신속한 탄핵 절차를 통하여 헌법재판소를 통한 헌법 위반에 대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국회는 부디 이처럼 중요한 역사적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전정환 변호사 (전정환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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