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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회생절차에서의 보전처분과 양도담보권자의 지위에 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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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이 법원에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하면 통상 법원은 채무자인 해당 기업에 대하여는 각종 처분행위를 금지시키는 내용의 ‘보전처분’을, 채권자에 대하여는 채권자의 담보권 행사 등을 저지하는 ‘중지명령’이나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린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43조, 제44조 및 제45조). 이는 채무자가 회생신청 후 일시적인 혼란을 틈타 책임재산을 일탈시켜 변제재원을 사실상 소멸시키는 행위를 막고 채권자들의 무분별한 권리행사로 채권자 평등의 원칙이 형해화되는 것을 막아 궁극적으로는 회생개시결정 등 후속절차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채무자에게 내려지는 보전처분과 관련해서는 다소 정책적인 예외가 포함되곤 한다. 기업회생도 궁극적으로는 일시적인 어려움에 처한 기업을 정상 영업을 할 수 있는 상태로 되돌리겠다는 것인 만큼, 채무자에 대한 보전처분을 내리는 경우에도 ‘계속적이고 정상적인 영업활동에 해당하는 제품이나 원재료 등의 처분행위는 예외로 한다’는 내용이 위 보전처분에 추가되는 경우가 그러하다. 문제는 위 예외조항이 대상으로 하는 채무자의 제품이나 원재료 등에 채무자가 종래 일부 채권자에게 대출을 받으면서 설정한 양도담보부 재고자산이 포함되는 경우이다.

주지하다시피 양도담보는 관습상 물권이기는 하나 현행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서 회생담보권으로 인정되는 등 제도적으로도 담보권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바 있다(동 법률 제141조, 제579조 참조). 양도담보를 보유한 채권자가 기업회생절차에서 자신의 채권을 회생담보권으로 신고하면 통상 조사보고서에서 인정된 청산가치 상당의 회생담보권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회생절차 내 작성되는 조사보고서는 회생절차개시결정일을 기준으로 청산가치를 소급하여 산출하기 때문에 회생개시결정일 전 보전처분의 예외조항을 통해 채무자인 기업이 일상적인 영업활동이라는 이름하에 처분한 양도담보부 재고자산의 청산가치 상당액은 고스란히 해당 양도담보권을 보유한 채권자의 담보권 손실로 귀결되는 것이다. 물론 위 처분액을 해당 양도담보권자인 채권자를 위한 변제재원으로 유보해둔다면 문제는 달라질 것이기는 하다.

기업회생절차는 재정적 어려움으로 파탄에 직면한 채무자의 정상적인 영업활동으로 복귀를 돕는 것과 함께 한정된 변제재원으로 다수의 채권자들에게 공평한 변제를 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 중 후자의 채권자 앞 공평한 변제에는 담보권자와 무담보권자 변제율 차등 및 담보권자 내에서도 각 담보의 종류에 따른 차등변제율 적용이라는 합리적 평등을 포함한다. 이처럼 복수의 목적을 추구하는 회생절차에 있어서는 채무자의 영업활동 보존과 함께 채권자의 담보권 또한 정당한 가치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현재 다수의 기업회생사건에서 내려지는 보전처분은 상술한 바와 같이 차주의 계속적이고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재고자산 양도담보권자인 채권자의 권리를 비록 일시적이기는 하나 아무런 대가 없이 일부 침해하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기업이 정상적인 영업상태에 있을 때에도 일시적인 신용등급 하락이나 담보제공 여력의 부족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운 상황 하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재고자산에 대한 양도담보를 제공한 것인 만큼, 이를 담보로 자금을 제공한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해당 양도담보는 해당 기업에 대한 신용공여의 명분 중 하나로 작용하였을 것이다. 만일 이들 기업 중 일부가 기업회생에 들어간 후 채권자의 양도담보권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할 경우 이는 향후 채권자의 타 기업들에 대한 신용공여 활동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다. 기업회생제도가 채무자만을 위한 제도일 수 없다는 점 및 채무자만을 위한 제도의 운용은 궁극적으로 채무자에도 득이 될 수 없다는 점이 널리 인식되기를 바란다.


강인원 사내변호사(한국수출입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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