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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내가 읽은 책] ‘끝난 사람’ (우치다테 마키코 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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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시절 아버지와 오랜만에 함께 외출을 하여 햄버거를 먹으면서 이야기를 하던 중에 아버지가 “내가 하던 사업을 이제 그만하고 다른 일을 해보려 하는데 어떤게 좋을까”하고 물으신 적이 있다. 당시 아버지는 여러사정으로 오랫동안 해오시던 사업을 그만하게 되었는데, 어린 아들에게도 앞으로 일에 대해 의견을 구하셨던 것이다. 철 없던 나는 별 고민 없이 먹고 있던 햄버거를 보면서 맥도날드 매장을 하면 좋겠다라고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작년에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신 후 아버지를 추억하며 문득 은퇴 이후의 내 삶은 어떨까하는 생각들을 하던 중 서점에서 우연히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아버지도 은퇴 이후 행복한 순간도 계셨겠지만, 은퇴 이후 따라오는 특유의 상실감, 우울감이나 사회의 주축에서 벗어나는 아쉬움 등을 옆에서 내가 어렴풋이 느꼈기 때문이리라 생각된다.

이 책의 주인공 ‘다시로’는 도쿄대 법대를 나와 대형 은행에 입사하여 워커홀릭처럼 일했지만, 임원에 이르지 못하고 자회사로 좌천당한 얼마 후 정년을 맞이하게 된다. 일밖에 모르고 살아온 세월 탓에 삶의 방향을 잃어버린 그는 재기의 기회를 꿈꾸던 중 여러 일들을 겪게 된다. 이 책은 이 과정에서 주인공의 심리와 현실을 꽤 적나라하게 보여주지만, 너무 심각하지 않고 비교적 유쾌하게 서술을 하여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주인공 다시로가 은퇴 후 여러 일을 겪은 후 고향으로 돌아가자 다시로의 아내가 다시로를 찾아와 연어와 같다고 말하자 다시로는 “연어는 회귀해서 바로 죽어. 그렇지만 나는 재기할 거야”라고 말하고, 아내는 “학습이 안 되는 사람”이라고 하며 웃는다. 책을 읽으며 주인공 다시로다움에 나도 모르게 웃음을 짓고 말았다.

이 책의 작가는 “젊은 시절에 수재 소리를 들었든 못 들었든, 미인이었든 아니든, 일류 기업에 근무했든 아니든 모든 인간의 종착지는 대게가 비슷하다는 것. 일렬종대가 아닌 일렬횡대라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안티에이징 지상주의에 빠진 현대인들에게 ‘품격있는 쇠퇴’에 대해 이야기한다. 누구나 늙게 되고 현역에서 은퇴하는 시기가 오지만, 그것을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 바쁜 일상속에서 자기다움을 유지하면서 나의 의지로 품격있는 쇠퇴를 준비하는 것 쉽지 않겠지만 지금부터 조금씩 노력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최봉창 변호사 (법률구조공단)

리걸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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