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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끼리 왜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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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 읽기가 취미인 박민제 기자로부터 그가 쓴 책을 선물 받았다. 엊그제 발간된 책 제목이 ‘가족끼리 왜 이래’이다. 자식들을 위해 헌신한 홀아비가 시한부 선고를 받고나서 자신의 삶만 소중히 여기는 자녀들을 상대로 불효소송을 제기한다는 줄거리의 수년 전 방영된 드라마 제목과 같다. 그 드라마 속 아버지 차순봉은 가족을 위해 온갖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았는데 자식들은 제 살길만 챙기고 아버지의 험난한 삶을 보듬지 않았다. 가족끼리 그러면 안 되는데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방대한 양의 판결문에 등장하는 가족의 해체 과정을 통계와 법리를 곁들여 가며 치밀하게 분석했다. 자신의 책에서 가족이 파국에 이르지 않을 조그만 단서라도 얻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모든 사례들이 실화인 까닭에 현실감이 있고, 10년을 훌쩍 넘긴 법조 기자 경력에서 우러난 정곡을 찌르면서도 쉽게 전달하는 필력 때문인지 술술 읽힌다. 이 책은 “유류분은 기름값이 아니다”는 테마로 처음 시작한다. 저자는 유류분소송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하고 "뭐지, 기름값 내라는 소송인가?"라고 혼잣말을 했단다. 그러했던 그가 유류분 제도가 꿈꾸었던 공평한 상속이라는 이상이 현실에서는 자녀 간 소송을 부추기고 있어 손질이 필요하다는 따끔한 지적을 한다. 그 외에도 불효소송이나 부양료 소송에 이른 내면과 실상을 파헤치고, 간통사건의 현장 덮치기를 스마트폰과 자동차 블랙박스가 대신하고 있는 실태 등을 소개한다. 여기에 에필로그에 담긴 어느 법조 출입기자의 취미를 넘어선 열정을 엿보는 것은 덤이다. 박 기자는 부푼 꿈을 안고 2007년 법원에서 처음으로 펜을 잡았다. 하지만 검찰 수사 기사가 주류를 이루는 국내 언론사의 법조 취재 관행, 수사 관련 기삿거리를 물어오는 기자가 유능한 기자 대접을 받는 특유한 현실 때문에 한탄했다고 한다. 그러한 그를 구원해준 것이 다름 아닌 판결문이었다. 그는 보물찾기 하듯이 의미 있는 판결을 찾았고, 판결문을 읽고 또 읽으며 실마리를 풀어갔다. 하루도 빠짐없이 틈틈이 읽은 판결 내용을 엑셀에 옮긴 정성 끝에 이와 같은 값진 결과물이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도 박 기자는 법원도서관에서 이메일로 보내주는 판결속보를 영화 주간지만큼 기다리고, 관심 있는 판례는 반드시 원문을 구해서 읽으며, 학회에서 발표하는 논문도 빼놓지 않고 챙긴다 하니 판결문에 대한 애착이 실로 경이롭지 않을 수 없다. 그에게 판결문을 제공했고 그와 함께 토론한 경험도 있기에 이 고백이 허언이 아님을 잘 안다. 박 기자처럼 판결문 읽는 취미를 가진 분들이 넘쳐나길 학수고대하면서 내가 할 일은 오늘도 이 시간까지 참된 판결문 쓰기 인가보다. 



김대현 고법판사 (서울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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