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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신체를 훑어보았다고 처벌을 받게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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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는 ‘지나가는 사람을 볼 자유’가 있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일반 행동의 자유’ 로서, 법률로 금지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사실 한 공간에 있는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시선이 닿을 수 있는 것인데, 일부러 바닥을 보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고 물론 그래야 할 이유도 없다.


그러나, 간혹 제3자가 보아도 민망할 정도로 특정 신체 부위를 응시하거나 노골적으로 훑어보는 경우에 문제가 발생한다. 그 타깃이 된 사람들은 불쾌감을 넘어, 마치 성범죄 피해를 입은 것과 같은 수치심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자신의 신체를 훑어보는 사람들 때문에 수치심 및 불쾌감을 느꼈다면서, 이는 일종의 ‘시선강간(타인의 신체 부위를 성적으로 쳐다보는 행위를 일컫는 신조어)’ 과도 같다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시선강간’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되면, 지나가는 사람 다리 좀 쳐다보았다고 성범죄자 취급을 하겠다는 것과 같은데 당연히 적절하지 않다는 반응이다.

사실 ‘시선강간’ 이라는 신조어는 비슷한 의미의 일본어(표준어는 아님) ‘시간(視姦)’ 에서 비롯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어 사용이 올바른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한·일 양국 국민들로 하여금 ‘타인의 몸을 훑어볼 자유’로 인하여 누군가는 고통 받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게 한다는 점에서는 의미있는 네이밍이다.

제 아무리 헌법에서 보장하는 권리일지라도, 이로 인하여 타인이 피해를 입게 될 경우 무한정 그 자유를 인정할 수 없고, 법률로써 이를 제한할 수밖에 없게 된다. 물론 이는 시대와 국가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상대방의 신체를 훑어보는 것은 ‘에티켓’ 차원의 문제일 뿐 규율할 법령도 없고, ‘성적 목적으로 쳐다본 것’이라는 의도를 입증하기도 곤란한 등 형사 처벌 대상으로 삼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반면 일본의 경우, 최근 한 남성이 지하철에서 여성의 가슴과 엉덩이, 다리 등을 훑어보아 적발된 사건이 일어나 화제가 된 적이 있었는데, 실제로 일부 법률가들은 해당 남성은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밝히며, 그 근거를 통칭 ‘민폐(迷惑;메이와쿠) 금지 조례’ 제5조에서 찾고 있다(2018. 11. 코노 아키라 변호사 등).

일본의 47개 도도부현은 1962년, 「공중에게 크게 폐를 끼치는 폭력적 불량 행위 등의 방지에 관한 조례(도쿄도, 오사카부, 홋카이도, 미야기현)」, 「민폐 행위 방지 조례(교토부)」등 저마다 다른 명칭으로 ‘민폐 금지 조례’를 제정하여, 성추행, 암표상, 선전, 도촬 등 각종 민폐 행위를 금지 및 처벌하고 있다. 우리로 치자면 암표상, 새치기, 스토킹 등을 규율하는 「경범죄처벌법」와 그 내용이 비슷하다.

47개의 조례는 제정 당시부터 공통적으로 “어느 누구도 정당한 이유 없이 공공장소, 차량 등에서 사람을 현저히 수치스럽게 하거나 불안하게 하는 등 저속한 언동을 하여서는 안된다”는 조항(제5조)을 두어 왔다. 그러나 사실 위 조례는 종전 후 각처의 치안을 안정시키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지, 본래 치한 행위를 단속할 목적을 염두에 두고 제정된 것이 아니었다.

그러던 중 1990년대 이후 치한 행위가 일본 사회의 문제로 떠오르며 제5조가 치한 행위를 처벌하는 근거 조항으로 적용되기 시작하였고, 이후 지자체의 각 조례에 치한 행위를 금지하는 구체적 조항이 점차 추가되었다. 참고로 도쿄도는 올해 개정 조례에서 ‘공공장소 등에서 타인의 신체를 만지는 행위’, ‘공중 화장실, 공중 목욕탕 등 공중이 탈의하고 있는 장소에서 타인의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하는 행위’ 등을 새로운 금지 행위로 추가하기도 하였다.

일본 범죄 백서(2014년)에 따르면, ‘민폐 금지 조례’ 위반 치한 범죄는 3,439건으로 그 중 6~70% 가량이 지하철 내에서 일어난 것이고, 지하철 내에서의 ‘강제추행’ 범죄는 283건이라고 한다. 승객을 열차 내로 밀어 넣는 ‘푸쉬맨’을 둘 정도로 출퇴근 시간 이용객이 많은 일본 지하철의 승객들은, 늘 성추행 등 ‘치한’에 항시 노출되어 있다. 따라서 치한 예방차원에서 여성 전용 칸을 두거나, “치한은 범죄입니다” 라는 안내방송을 내보내고는 있으나, 이것만으로 피해를 예방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때문에 ‘강제추행죄’ 까지는 이르지 아니하는 비교적 경미한 치한 역시 범죄행위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이것이 처벌되지 아니하고 훈방 조치에 그쳤던 전례를 타파할 필요가 있다는 논의가 계속되어 왔다. 그리고 위 조례 중, “정당한 이유 없이 공공장소, 차량 등에서 사람을 현저히 수치스럽게 하거나 불안하게 하는 등 저속한 언동을 하여서는 안된다”는 조항을 근거로 하여, 타인의 신체에 접촉이 있는 성추행에 이르지 아니하더라도 상대방의 신체 일부를 지속적으로 훑어보는 식으로 추행하여 타인을 수치스럽게 하는 등의 피해를 입혔다면, 이를 ‘치한’ 행위의 하나로서 적발할 수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었다.

물론 누구에게나 ‘타인의 신체를 훑어볼 자유’가 있고, 이는 ‘노출 의상을 입고 공공장소를 통행할 자유’와 마찬가지로 누구도 제한할 수는 없는 기본적 권리임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일본의 사례를 통하여, 타인의 신체 부위를 노골적으로 훑어보아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수치심을 유발하는 경우까지 개인의 권리를 무한정 인정하는 것이 능사인지는 한번쯤 고민해보아야 한다.

다만 명심할 것은, “타인의 신체를 성적으로 훑어본다, 노골적으로 훑어본다”는 등의 모호하고 주관적인 표현은 지양하고, 법령을 현실적이고 엄격하게 운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동시에 ‘민폐 금지 조례’의 제정취지에 맞게, 치한 행위는 피해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낳는다는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누구도 당신의 뜨거운 시선을 금지할 수는 없다. 다만, 모든 그 자유로 인하여 누군가를 고통스럽게 할 권리가 주어져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최유진 변호사 (법무법인 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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