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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청년시대

법률구조공단은 전문가형 이원조직이며, 관리자형 이원조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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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구조공단은 약 300여명의 변호사와 공익법무관 및 약 700여명의 직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법률구조공단은 장기적으로 직원이 기관장, 본부의 요직 등을 맡고, 변호사를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구성·운영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법률사무를 업으로 하지 않는 일반 회사처럼 직원이 중심이 되고, 변호사는 직원을 지원하는 보조적인 지위로 격하시키겠다는 것이다. 

 

이원조직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정책/실행을 담당하는 전문가(professional)와 보조를 담당하는 비전문가(non-professional)로 구성원을 이원화하는 전문가형 이원조직이다. 다른 하나는 정책을 담당하는 사무직과(officer) 실행/보조를 담당하는 현장직(non-officer)으로 구성원을 이원화하는 관리자형 이원조직이다. 전문가형 이원조직은 학교, 전투비행단, 법무법인, 법률구조공단 등이 있다. 관리자형 이원조직은 건설업, 제조업, 판매업, 보병부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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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업무는 크게 정책, 실행, 보조로 나뉜다. 정책은 해당 조직이 목적하는 최종 효용을 실행하기 위해, 방향을 설정하고 업무 효율을 상승시키기 위한 의사를 결정하는 업무다. 군대에서는 장교, 건설회사에서는 사무직, 학교에서는 보직교수, 법률구조공단에서는 본부 정책담당 변호사가 해야하는 업무다.

실행은 해당 조직이 목적하는 최종 효용을 발생시키기 위해 현장에서 노동력을 직접 투입하는 업무를 의미한다. 이는 보병부대는 전장에서 전투원이, 건설회사는 건설현장에서 건설인부가, 학교에서는 강의실에서 교수가, 법률구조공단에서는 법정에서 변호사가 하는 업무다.

보조는 의사결정도 아니고, 실행 그 자체도 아닌 나머지 업무를 의미한다. 군대에서는 비전투부대의 사병, 건설회사에서는 보조 직원, 학교 및 법률구조공단에서는 직원이 하는 업무다.

정책 담당자는 가장 높은 지위를 가진다. 전문가형 이원조직에서는 실행 담당자인 전문가가 보조 담당자인 직원보다 높은 지위를 가진다. 관리자형 이원조직에서는 실행담당자와 보조담당자가 비슷한 지위를 가진다.

전문가형 이원조직에서 교수, 판사, 변호사와 같은 전문가(professional)는 정책과 직접 실행을 모두 담당한다. 직원(non-professional)들은 보조적 역할을 담당한다. 관리자형 이원조직에서 장교, 사무직은 관리자로서 정책을 담당한다. 장교는 영어로 officer인데, 해당 단어의 어원은 ‘사무실(office)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자(er)’였다. 사병, 현장직(non-officer)들은 실행과 보조를 담당한다.

법률구조공단은 대형 법무법인을 공공기관화한 것이다. 법률구조공단과 법무법인은 변호사의 실행 업무인 서면작성·법정변론·법률상담을 통해 최종효용을 발생시키는 전문가형 이원조직이다. 법률구조공단에서 변호사의 업무는 다른 회사나 공공기관에서의 정책적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관리자형 이원조직인 건설회사에서는 건물을 짓는 인부의 실행 업무에서 나타나는 의사결정 방향을 자문하기 위해 변호사가 존재한다. 그러나 전문가형 이원조직인 법률구조공단에서는 변호사 스스로의 노동으로 법정에서 조직이 목적하는 최종효용을 발생시킨다.

전문가형 이원조직인 대학교는 다수의 교수와 소수의 교직원으로 구성되며 구성비는 약 3:1가량이다. 교수는 정책·실행 모두를 장악한다. 전문가형 이원조직에는 상대적으로 다수의 상급자와 소수의 하급자가 존재한다. 최종효용을 발생시키는 실행의 노동력 투입 자체를 고학력 전문가가 하기 때문이다. 법률구조공단은 정책 및 실행 업무 모두를 변호사 및 공익법무관이 해야 한다. 학교와 마찬가지로 다수의 변호사와 소수의 직원으로 구성되어야 하는 조직이다.

변호사 수가 너무 적어, 변호사도 유사법조직역도 아닌 준법조인이 존재하던 시대가 길었다. 소수의 변호사와 유사법조직역은 큰 지대이익을 얻고, 사회가 요구하는 나머지 법무업무를 사무장, 법무팀 직원, 소송수행자 등 준법조인이 담당하는 일을 없애나가자는 것이 법학전문대학원의 도입취지이다. 우리 사회는 충분한 변호사 공급으로 이러한 이상을 실현할 수 있게 된 상황이다.

더 이상 법률구조공단의 법무업무가 소수의 변호사, 다수의 상담직원, 소수의 보조직원을 통해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법률구조공단은 대학교 교수와 직원의 인사구조처럼, 다수의 변호사, 소수의 보조직원으로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법무법인의 서면·상담 사무장이 변호사로 대체되듯, 법률구조공단의 상담 직원은 변호사로 대체되어야 할 것이다.

법률구조공단 직원의 역할은 대학교 직원, 전투비행단의 정비사나 관제사처럼 보조적인 역할에 그쳐야 한다. 교수들을 학장인 교수가 지휘하고, 조종사들을 장군인 조종사가 지휘하듯, 변호사는 기관장인 변호사밖에 지휘할 수 없다. 전문가형 이원조직의 기관장이나 요직에 비전문가가 다수 보직하는 예는 없다.

법률구조공단 직원 노동조합이 임금 등의 근로조건을 상향시키기 위하여 노력한다면, 전 세계 모든 노동자의 처우는 연대되어 있다는 사상 하에 아낌 없는 응원을 보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형 이원조직에서 전문가인 변호사를 배제하는 것이 ‘직원 근로조건의 상향’인양 접근하는 것은 부당하다. 이는 노동조합이 협상력을 행사하여 관철할 사항으로 볼 수 없을 것이다. 이는 ‘이례적이나 정치적으로 선택 가능한’독특한 결정이 아니라‘선험논리적으로 그릇되며 경험적으로도 전례 없는’부당한 결정에 해당할 것이다.


김기원 변호사 (법무법인 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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