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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배드 파더스(Bad Fa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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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사이트 '배드 파더스(Bad Fathers)'에 양육비를 주지 않는 전 배우자 150명의 신원을 공개한 일이 있다는 뉴스를 최근 접하였다. 이 사이트에는 이름과 얼굴 사진은 물론이고 출신 학교나 직장, 주지 않는 양육비 금액까지 명시된 사람도 있다고 한다. 사이트에 신원이 공개된 사람은 망신이 아닐 수 없다. 이같이 한 이유는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4년간 소송으로 양육비 이행의무가 확정된 배우자 중 70%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뉴스를 접하면서 오래전에 읽었던 조창인의 소설 '가시고기'가 생각났다. 주인공인 아버지는 부인과 이혼한 후 백혈병을 앓고 있는 아들을 키우면서 그의 병을 치료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한다. 골수이식이 유일한 희망인 아들에게 골수가 맞는 사람이 나타났는데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 주인공은 자신의 신장을 팔아 그 비용을 마련하려고 하는데 검사결과 본인이 간암에 걸린 것을 알게 된다. 신장을 팔지 못하게 된 주인공은 각막을 팔기로 한다. 각막을 팔아 아들의 골수이식을 시킨 후 아들은 엄마를 따라 프랑스로 가게 하고 본인은 시골에 내려가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한다는 내용이다. 가시고기처럼.

가시고기 수컷은 암컷이 알을 낳으면 그 알이 부화할 때까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정란에 산소를 공급하고 알을 공격하는 침입자를 막고 지키다가 알이 부화하면 기운이 다해 그 근처에서 죽는다. 부화한 새끼들은 죽은 아비의 살을 먹고 자라난다.

부모는 자신이 낳은 아이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 이것이 사람이 마땅히 행하여야 할 바른 길인 것이다. 인간이 존엄한 이유는 자신이 한 약속을 지키고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하여 책임을 지기 때문이다. 자신의 행동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는 사람은 인간의 존엄성을 저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부양받아야 할 자녀를 방치하는 것은 그를 이 세상에 없는 사람처럼 투명인간 취급하는 것과 같다. 이는 자녀에 대하여 그의 인간성을 파괴하는 또 다른 폭력이 되는 것이다. 자신이 한 말과 행동에 대하여 책임지는 사람이 많아질 때 이 사회는 정의로운 사회가 될 것이다.


강영호 원로법관 (서울중앙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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