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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부모의 죗값 치르는 아이들, 수용자 자녀의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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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된 의뢰인이 눈물을 흘렸다. "아이가 보고 싶어요." "접견 올 수 있도록 연락하겠다"고 하자 고개를 저었다. 창살을 사이에 두고 수의를 입은 모습으로 아이와 만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얼마 전부터 아동친화형 가족접견실이 생겼다. 가정집 거실 같은 곳에서 수의를 벗은 아빠나 엄마를 만날 수 있다. 그러나 그 숫자는 전국 53개 교정시설 중 14곳에 불과하고, 이용횟수나 대상도 아주 제한돼 있다. 


부모의 죗값을 함께 치르는 아이들. 다름 아닌 수용자 자녀들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작년에 처음으로 수용자 자녀의 인권실태를 조사했다. 이에 따르면 1년에 평균 5만 명이 넘는 아이들이 부모의 수감을 마주한다. 수용자 가정 중 기초생활수급자는 11.9%로 가구 평균보다 5.5배 더 많다. 부모의 이혼율도 일반 가정보다 5배 더 높다. 부모와 격리되고 이어지는 경제적 고통, 가족의 파탄에 더해 ‘죄인의 자녀’라는 낙인이 씌워진다. 그 결과 범죄의 대물림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수용자의 교화는 더욱 어려워진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나라 수용자 자녀는 완전한 사각지대에 있다. 우선 수용자 자녀를 정의하고 지원하는 근거 법령이 전혀 없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 처우에 관한 법률'이나 '아동복지법' 등에 수용자 자녀를 지원하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수용자 자녀에 대한 정보가 수집되는 공식적인 절차조차 없다. 그러니 부모의 수용 이후 위기가정의 복지와 아동 지원으로 이어지는 체계는 전혀 갖추어져 있지 않다.

수용자 자녀의 문제는 복지를 넘는 인권의 문제이다. '나는 부모가 체포될 때 안전하게 보호되고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나는 부모에 관한 결정이 이루어질 때 고려될 권리가 있다. 나는 부모와 떨어져 있는 동안 보살핌을 받을 권리가 있다. 나는 부모와 만나고, 보고, 대화할 권리가 있다. 나는 부모의 수용으로 인한 문제와 맞설 수 있도록 지원받을 권리가 있다. 나는 부모의 구금으로 인해 비난받거나 심판받거나 낙인찍히지 않을 권리가 있다.' 2003년경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만들어진 '수용자 자녀 권리헌장'의 일부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체포, 수사, 재판과 형 집행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절차에서 자녀의 권리는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부모가 체포되는 장면을 ‘목격한’ 자녀는 6.3%에 이른다.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이 부모를 강압적으로 체포하는 장면은 아이에게 평생의 트라우마가 된다. 형사절차의 단계마다 자녀의 인권을 고려하여야 한다. 구속시 자녀의 양육환경을 조사하고 필요한 경우 적절한 아동보호체계를 연결하여야 한다. 양형시 미성년 자녀의 양육을 고려하여야 한다. 수감시 자녀의 접견이 가능하도록 배치하고 화상접견, 하교 후 접견 등이 적절한 환경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수용자 자녀에 대한 멘토링, 심리치료 등 체계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면회시 아빠가 아이의 손을 만질 수 있게 해달라”는 어느 수용자 가족의 요청이 귀에 맴돈다.


임성택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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