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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에 대한 지식과 조세소송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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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일 김모 의원 등이 발의한 세무사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연일 법조계의 화두이다. 위 개정법률안은 조세소송대리인 자격시험제도를 만들어 이에 합격한 세무사에게 조세소송대리인 자격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조세소송이 세무에 대한 지식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소송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다. 소송대리를 하기 위해서는 관련 분야의 지식, 법령을 해석 · 적용하는 능력 외에도 소송상 공격과 방어, 증인신문, 입증방법의 선택, 증명력 다툼 등 소송절차 전반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에서 변호사 자격제도를 두어 소송대리에 필요한 고도의 교육과 훈련 및 검증을 거친 자만이 소송대리를 할 수 있도록 요건을 엄격히 하고 있는 것이다. 의료지식이 풍부한 의사가 의료 소송 대리를 할 수 없는 사실을 보면 너무도 자명한 결과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조세 관련 소송은 행정소송만이 아닌 민사소송, 형사소송, 헌법소송을 포괄하는 것이기에 법률전반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즉, 세무에 대한 지식만으로 조세소송을 대리할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안일하고 위험한 발상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와 같은 법률안을 제안한 저의는 무엇일까? 2018년 4월 26일 헌법재판소는 “세법 및 관련 법령의 해석적용에서는 세무사보다 변호사에게 오히려 전문성과 능력이 인정된다”고 하며 세무사자격을 보유한 변호사에게 세무대리를 할 수 없도록 전면적으로 금지한 세무사법 제6조 등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기획재정부와 세무사단체는 이를 무력화하고 세무대리 직역에서 변호사를 배제하고자 하는 각종 시도를 하고 있고, 위 개정법률안도 그와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위 개정법률안은 납세자의 권리구제라는 명분을 내걸고 있지만 이는 사실상 변호사 수 증가와 인공지능을 통한 전산화로 인해 위협받는 세무사들의 입지에 대한 두려움의 발로이다.

이와 같은 직역이기주의적인 발상으로 인한 궁극적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소송전문가가 아닌 비전문가에 의해 소송대리가 이루어진다면 전체적으로 시간과 비용이 가중될 여지가 크다. 납세자의 측면에서는 세무사에게 소송대리를 맡겨 상당한 비용을 투입하고도 제대로 권리 구제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소송 수행을 잘못하여 패소하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사법부의 측면에서는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음으로 인해 사건 진행에 어려움이 초래될 여지가 커진다. 사법부는 한정된 인력과 자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와 같은 시간적 비용 증가는 궁극적으로 신속하고 효율적인 재판을 받을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게 된다. 의료 소송을 의사에게, 건축 소송을 건축사에게 맡기지 않은 것처럼 조세 소송을 세무사에게 맡길 수 없다. 소송전문가인 변호사가 소송대리를 수행하는 것이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는 길이다.

지난 11월 15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한 세무사가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하면서 자신도 조세소송에 대해 안다고 말하였다. 서당개가 풍월을 읊어서 과거에 합격하여 관리가 되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속담이 있다. 소송은 소송의 전문가인 변호사에게 맡겨야 한다.


박종흔 변호사 (세무변호사회 부회장, 대한변협 재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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