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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프리즘

무지개 너머 어딘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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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기자로 근무하던 시절, 기자실 한 쪽 구석의 간이침대에 잠시 눈을 붙이면 외풍은 왜 그리 심하던지. 몇 분도 못 버티고 무릎담요를 목에 감은 채 뜨거운 차를 마시던 날들이 떠오른다. 이런 저런 상념을 쫓다보니 이미 겨울. 얼마 전 소설(小雪)이 지났고 서울에도 역대 최대치인 첫눈도 내렸으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장 속에 보관하던 미니 히터와 작은 크리스마스트리도 꺼내고 싶은 때다.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며칠 전 보내 온 보라색의 2019년 다이어리를 보니 올해가 한 달 남짓 남았다는 사실에 마음도 급해진다.


이렇듯 연말이 찾아오면 유독 궁금해지는 것은 바로 교수신문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사자성어’다. 2017년에는 ‘파사현정(破邪顯正)’이 꼽혔는데 이는 “사악함을 깨고 바름을 드러낸다”는 뜻으로 지난해 사회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했다. 올해는 과연 어떠한 사자성어가 촌철살인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기대된다. 한편 영국 옥스퍼드 사전은 2018년 올해의 단어로 ‘toxic(유해한 또는 유독성의)’을 선정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사물·상황·관심사·사건을 설명할 때 이 단어와 함께 사용했다고 하는데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이들의 한 해가 안녕치 못했을 뿐만 아니라 고단했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올해 ‘법조’를 표현하는 사자성어는 과연 무엇이 어울릴까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친다. 언어도단(言語道斷)이 바로 이런 것이던가. 한숨 없이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운 한 해였다는 데에 이견이 없을 것 같다. ‘법관탄핵’과 ‘특별재판부 설치’와도 같은 귀를 의심하는 단어들이 횡행하는 요즘이니 더욱 그렇다. 변호사 직역수호와 청년변호사 처우 문제에 있어서도 나아진 것이 없고, 다가오는 변호사회의 선거에도 희망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이쯤 되니 사무실에 크리스마스 소품이라도 장식할까했던 소박한 재미는 가시고 그저 한해가 유감스럽다. 연말이면 또 언론에 습관처럼 언급되는 희망과 기원의 사자성어 ‘강구연월(康衢煙月)’의 태평성대는 무지개 너머 어딘가에는 있는 것인지, 법조에도 그런 날은 오는 것인지 그저 두고 볼 뿐이다.


장희진 변호사 (지음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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