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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취재수첩] '결단'이 필요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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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디(慢慢的)'라는 말이 있다. 사전을 찾아보면 행동이 굼뜨거나 일의 진척이 느림을 이르는 중국어라고 나온다. 우리나라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와 대별되는 중국 문화의 특징을 이를 때도 많이 쓰이는 말이다. 


지난 5월 김명수 대법원장과 가까운 한 법조인이 "대법원장 성격이 원래 그렇습니다"라며 기자에게 쓴 표현이다.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조사결과를 발표했는데 왜 나흘이나 지나도 김 대법원장이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는 것이냐'고 묻자 "기다려보자"며 했던 말이다. 성급히 결론을 내리지 않고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모두 들어보는 김 대법원장의 신중한 스타일을 빗대는 말이기도 했다.

이 법조인 외에도 김 대법원장의 가까운 지인들은 그의 가장 큰 장점으로 '자기 주장을 접고 남의 의견을 경청하는 점'을 꼽는다. 부장판사 시절 배석판사들과 합의를 하면서도 절대 자기 의견을 먼저 내세우지 않고 주심 판사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어떤 결정을 내릴 때도 자신의 생각보다 남의 생각을 우선 듣는다고 한다.

이런 몸가짐은 대법원장이 돼서도 그대로 발현됐다. 특별조사단의 결과가 발표됐음에도 후속 조치 등과 관련해 전국 법관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법관들의 의견을 듣겠다고 했다. 사법부 자체 개혁 추진 과정에서도 자신의 생각을 밀어붙이기보다 각계 각층의 전문가들을 모아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를 꾸렸다. 법원 안팎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사법부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었다. 다소 제왕적으로 비춰지기도 했던 전임 대법원장들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였다. 그래서 신선하기도 했다.

그러나 리더는 때론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전국법관대표회의의 탄핵 촉구 의결로 법관 사회 내홍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는 등 법원이 벼랑 끝 위기에 몰리고 있는데도 국민을 설득할 개혁방안이나 구성원의 공감대를 불러올 만한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쓴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최근 법원행정처 폐지 법안 등을 성안한 사법발전위원회 후속추진단의 정면 반발은 김 대법원장 리더십의 문제점을 극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나치게 의견만 구하다 때를 놓치고 개혁에 대한 의지마저 의심받는 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경청은 리더의 중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리더는 홀로 외로운 결단을, 그것도 적시에 내려야만 한다. 그리고 책임져야 한다. 그래야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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