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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관 탄핵소추, 사법의 정치화는 경계되어야 한다

19일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참석 법관 105명 중 53명 찬성, 43명 반대, 9명 기권으로 “우리는 법원행정처 관계자가 특정 재판에 관하여 정부 관계자와 재판 진행 방향을 논의하고 의견서 작성 등 자문을 하여준 행위나 일선 재판부에 연락하여 특정한 내용과 방향의 판결을 요구하고 재판 절차 진행에 관하여 의견을 제시한 행위가 징계 절차 외에 탄핵 소추 절차까지 함께 검토되어야 할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라는 데 대하여 인식을 같이 한다”고 결의하였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 농단 행위와 관련된 법관들에 대하여 사실상 국회의 탄핵소추를 요구하는 결의를 한 것이다.

법관대표회의의 결의는 법관들 스스로 동료 법관들을 심판대에 올리는 초유의 선택이라는 점에서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소장 판사들의 결의에 이제 국회가 답을 해야 할 차례’라며, 탄핵소추 대상으로 거론된 6명의 판사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 언급된 90여명의 판사 모두 검토 대상이라고 하고 있고,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역시 탄핵소추에 찬성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였고, 바른미래당도 부정적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법원 내부에서는 법관대표회의에 참석하였던 김태규 울산지법 판사가 “법관대표회의에서 이뤄진 법관탄핵 의결은 내용, 절차, 성격 그 어느 것에서도 정당성을 가지지 못한 다분히 정치적 행위”라고 비판하면서 법관대표회의를 탄핵할 것을 주장하였고, 법관대표회의의 대표성과 구성의 편향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 등 내부갈등 양상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이 법관대표회의의 사실상의 탄핵소추 요구 결의에 대하여는 보수와 진보라는 정치적 성향에 따라 이를 바라보는 입장이 극명하게 나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는 법관대표회의가 결의한 사법농단 행위 관련 법관에 대한 탄핵 자체가 정치적 성격에서 자유롭지 못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법관에 대한 탄핵은 국회에서 소추하여야 한다. 그런 만큼 탄핵의 과정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합의의 산물이기도 하다. 이번 법관대표회의의 결의는 사법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는 가운데 나온 법원 내부의 자정적 노력이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 발의를 둘러싼 정치권의 논란은 사법을 정치의 영역에 끌어들이고, 사법적 판단이 정치적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만듦으로써 사법부의 독립을 위협할 소지도 있다. 법원은 사법농단 사태가 촉발된 이래 가시적인 자체 해결 능력을 보이지 못하고, 외부에 의존하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독립은 스스로 지키는 것이지 외부의 힘에 의하여 보장되지는 않는다. 이번 법관대표회의의 결의로 인해 정치권의 법관 탄핵소추 논란은 불가피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사법의 정치화 우려가 일어나지 않도록 정치권과 법원 모두 경계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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