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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관 과로사를 안타까워하면서

지난 주 서울고등법원의 이승윤 판사가 과로로 사망했다. 주말 야간근무를 하고 돌아온 자택에서 쓰러졌다. 두 아이의 엄마로 40대 초반 한창 때의 아까운 나이인데, 부검결과 직접사인은 뇌동맥 출혈로 밝혀졌다. 전국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태로 시끄러운 와중에도, 젊은 판사는 업무에 치어 주말에도 쉬지 못하고 새벽까지 일을 했고, 비극이 발생했다. 한국 판사의 업무량은 세계적으로 많은 편이다. 많지 않은 숫자의 판사들이 세계적으로 많은 소송 건수를 처리해 왔다. 그런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매년 세계은행이 발표하는 기업환경평가보고서의 사법분야 평가에서 한국은 세계 각국 중 수위를 다투고 있다.

법관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 근로자가 아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상 주 52시간 근무가 강제되고 그 위반행위에 대해 형사처벌까지 규정될 정도로 인간다운 삶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진전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법관도 과중한 업무에 의하여 인생 자체가 위협당하는 일은 없어야 할 터이다. 한국의 법관이 공적 업무와 사생활을 양립시킬 수 있는 인간적 근무환경을 가지기를 소망한다.

그러나 재야에서 법관업무량을 바라보는 시각이 반드시 위와 같은 것은 아니다. 상당히 많은 법관이 과중한 업무 하에서도 국민이 위임한 사법권한을 행사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재야 변호사가 보기에는 그다지 성실하지 않은, 웰빙을 추구하는 판사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승포판’, 즉 고등부장 승진을 포기한 판사들 중 다수가 이른바 ‘웰빙 판사’의 주요 그룹을 형성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변포판’, 즉 변호사 개업을 포기한 고위판사들 중 상당수가 웰빙 판사 그룹에 합류했다는 말이 들린다. 뿐만 아니라, 승포판도 아니고 변포판도 아닌 젊은 판사들 중에서도 웰빙 판사가 느는 현상이 보인다. 법관의 업무량은 원래 외부에서 측정하기가 쉽지 않다. 1차적으로는 처리건수를 보겠지만, 동일한 사건을 진행하고 판결문을 쓰더라도 분쟁의 진정한 본질이 무엇이고 어디에 이론적 난점이 있는지, 사회의 윤리질서나 거래질서에 미치는 영향이 있는지 등을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일하는 경우와, 겉보기에 큰 탈 없는 판결문을 그런 고민 없이 생산하는 경우 사이에는 업무량에 현격한 차이가 있다.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법관은 후자처럼 일하는 법관이 아니다. 비록 힘들겠지만, 전자처럼 최선을 다하는 법관이라야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있고 국민들에게 존경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유명을 달리한 이 판사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과거에는 고등부장 승진제도를 이용하여 판사들을 최대한 일하게 함으로써 전자 유형의 법관을 만들 수도 있었다. 이제 고등부장 승진제도도 없어지는 상황에서, 어떤 기준으로 판사의 업무량을 평가하고, 어떤 방법으로 업무헌신을 고취할 것인가? 한쪽에서는 과로사에 이르는 판사가 생기지 않도록 방지하면서 동시에 다른 쪽에서는 웰빙 판사를 최소화할 방안은 무엇일지에 관하여 대법원은 진지하고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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