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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시니어판사 제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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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법의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지금 전국 법관 평균연령은 지난 2003년 38.8세가 된 이래 39.2세를 기록한 2012년까지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2015년 40.4세, 2016년 41.4세, 2017년 42.6세로 계속 상승하는 추세에 있다. 여기에 아무리 늦어도 2030년이면 법관 평균 연령이 50세를 넘길 것이 명백하다고 하는 견해도 있다(서울경제, "‘2030년 평균 50세’ … 판사들이 늙어간다", 2018년 3월 12일자 기사). 한편, 2016년 현재 지방법원 부장판사와 평판사의 기수별 인원을 보면, 법조경력 33년부터 30년까지의 판사(사법연수원 13~16기)는 모두 13명, 법조경력 29년부터 25년까지의 판사(연수원 17~21기)는 모두 63명, 법조경력 24년부터 20년까지의 판사(연수원 22~26기)는 모두 230명, 법조경력 19년부터 15년까지의 판사(연수원 27~31기)는 585명으로, 비록 정년이 될 때까지 중도에 퇴직하는 경우가 최소화되더라도 법조일원화의 완성단계인 2026년에 이르게 되면, 적지 않은 수의 법관이 매년 정년을 맞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현재 12.1%를 차지하고 있는 50대 판사와 41.7%를 차지하고 있는 40대 판사의 정년퇴직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게 되면, 각급법원에서 감소되는 법관의 수는 상당한 정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법관 부족 내지 과도한 사건부담의 문제는 법원업무운영에 적지 않은 문제를 발생시키게 되어 진짜 사법의 위기가 올 수 있는 것이다.


2. 법조일원화-평생법관제

이에 대한 대책이 법조일원화와 평생법관제이다. 당초 법원조직법(2011년 7월 18일 법률 제1086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판사는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사법연수원에서 소정의 과정을 마친 사람 또는 변호사의 자격이 있는 사람 중에서 임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는데, 2011년 7월 18일 법조일원화 제도의 도입으로 ‘판사는 10년 이상의 법조경력을 갖춘 검사, 변호사, 교수 중에서 임용한다’는 취지로 개정되었다. 다만, 그 경과조치로 2013년 1월 1일부터 2017년 12월 31일까지의 기간 동안에는 법관지원에 요구되는 법조경력을 3년으로 규정하고 이후 이를 점진적으로 확대하여 2026년부터는 10년 이상의 법조경력이 있는 법률가들로 법관임용자격을 제한할 예정이다. 이를 보면 법조일원화는 입법되었으나 평생법관제는 아직 정착되지 않고 있다.

법조일원화가 실시된 이후 중요한 것은 당사자와 대리인들로부터 존경과 신망을 받을 수 있는 법조경력자가 판사로 임용되고, 그 판사가 정년에 이르기까지 성실하고 좋은 재판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당한 경력을 갖춘 실력 있는 변호사나 검사 중에서 법관을 선발한다면, 우수한 법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은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법관에 지원할 수 있는 검사나 변호사 중 상당수가 임용 당시 이미 종래 직업법관제 하에서 부장판사와 같은 연령에 도달한데다가 법관으로 임용되기 전에 법관보다 훨씬 많은 보수를 지급받고 있었다면, 그들 중 존경과 신망을 받는 검사나 변호사로서 법관직에 합당한 사람이 고되고 힘든 업무와 적은 보수가 예정된 법관직에 지원하도록 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3. 시니어판사 제도

시니어판사 제도라 함은 정년을 마치거나 정년에 임박한 판사(이를 ‘시니어 판사’라고 부른다)에게 계속적인 직무수행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법관 부족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퇴직 후 변호사 개업의 유인을 감소시킬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따라서 법관들이 퇴직 후 변호사로 개업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명예롭게 판사직을 마칠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제공하여 지금 우리 사회에서 크게 문제되고 있는 퇴직법관에 대한 ‘전관예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법조일원화를 도입한 다른 나라들의 경우에는 법관에 대한 종신직 내지는 정년제(70세 또는 65세 정년) 형태의 법관인사제도를 운영함으로써 최소한 정년까지는 법관으로 근무할 수 있다는 예측가능성이 확보되어 있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법조일원화 제도 도입 이후에도 종전과 같이 법관에 대한 10년의 임기제와 재 임용제도를 유지하고 있는데, 정년까지의 근무도 사실상 보장되지 않는 법관직이 이미 변호사로서 자리를 잡은 유능한 변호사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전관예우와 관련된 논란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바람직하게 설계된 시니어판사 제도가 법관의 중도퇴직을 억제하여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되어 온 전관예우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법조일원화가 정착된 국가에서 법관의 부족현상을 해소하고, 우수한 법조인의 법관지원을 유도하여 사법부의 정상적 운영을 가능케 해주는 중요한 제도 중의 하나가 시니어판사 제도라 할 것이다. 여기에 법조일원화를 채택한 다른 나라들은 대체로 법관의 재직기간이 다른 공무원에 비하여 길지 않고, 정년 이후의 생활수준을 어느 정도 유지하여야 할 필요가 크다고 보아 상당한 정도의 기여금을 분담케 하고 은퇴 이후의 충분한 퇴직급여를 보장하는 '법관연금제'를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와 같은 법관연금제를 별도로 마련해두고 있지 아니하여 법관퇴직 이후의 노후가 보장되어 있다고는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우수한 변호사가 쉽사리 법관직에 지원하는 것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제도적 기반이 갖추어지지 아니한 채 법조일원화를 하는 경우 전체 사법 서비스의 질이 낮아져 그 당초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위험이 있고, 특히 법관으로서의 생활이 불안정하다는 점에 대한 개선이 없다면, 변호사로서 업무능력을 충분히 인정받지 못한 변호사들만 주로 법관직에 지원하고, 위와 같은 지원자 중에서 주로 법관이 선발됨으로써 법관 전체의 업무능력이 현저하게 약화될 위험성이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변호사들이 주로 법관으로 임용되어 법원이 보수화할 가능성이 없다고도 할 수 없다. 실제로 법원에서 퇴직하는 법관의 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기존 법관의 정년퇴직이 본격화되는 시점에는 매년 100명을 넘어서는 자연감소분이 발생하기 때문에 그 무렵부터는 법관 부족의 문제가 사법부의 가장 중요하면서도 만성적인 현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법관 부족현상에 대해서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경우라면, 훌륭한 법조경력자들이 충분한 규모로 법관직에 지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법관인사위원회나 법관임용업무 담당자들은 각급 법원의 계속되는 법관배정요구에 대응하기 위하여 법관선발기준을 낮추고자 하는 유혹을 받을 수 있다. 법관선발의 기준을 낮추어 훌륭한 법조인으로 평가받기는커녕, 업무능력도 부족하고 소명의식이나 열의도 없는 법조경력자들까지도 법관으로 선발함으로써 만성적인 법관 부족현상을 해소하려고 시도한다면, 이는 단순히 법관의 수준이 일시적으로 하락하는 것에 그치는 단순한 문제를 넘어서 사법부의 존립기반을 뒤흔들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일단 훌륭하거나 탁월하다고 평가받는 것과는 거리가 먼 법조경력자들이 대거 법관으로 임용되게 되면, 훌륭한 법조인이 급여나 근무지 등에서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법관으로 지원할 이유를 찾을 수 없게 되고, 이후 법관지원자 중 훌륭한 법조인의 비율이 현저하게 감소하게 되면 훌륭함이나 탁월함과 같은 자질이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지원자 중에서는 그나마 우수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을 부득이 법관으로 임용하게 되는 악순환이 자리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판사들이 평생토록 법관직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미국의 시니어판사 제도와 유사한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명예로운 업무수행과 은퇴를 보장하자는 논의가 꾸준히 있어 왔고, 대법원이 법조일원화와 평생법관제의 정착을 위해 2012년부터 법원장 순환근무제와 임기제를 시행한 이후 법관의 사직 비율도 꾸준히 감소함에 따라(2008년 4.29%에서 2015년 1.82%로 감소) 법관들로 하여금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요구 또한 계속되어 왔다.

이에 대법원은 2017년 2월 2일 법관인사규칙을 개정하여 법조경력 30년 이상인 판사 중에서 ‘원로법관’을 지명하고, 1심 법원의 판사와 동일한 처우를 제공하면서 1심 재판을 담당하도록 하는 내용의 ‘원로법관제’를 도입하고(법관인사규칙 제11조의3), 2017년 원로법관제 시행 이후 모두 8명의 법관을 원로법관으로 지명하였다. 현행 원로법관제의 시행과정에서 발생하는 장단점에 착안하여 시니어판사 제도의 효과적 운영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법원의 효과적인 운영을 위하여 시니어판사 제도를 어떻게 제도적으로 설계하여야 하는지, 시니어판사에게 어떠한 지위를 부여하고, 어떠한 업무나 사무분담을 맡도록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서 이제부터라도 본격적으로 연구·검토할 필요가 있다.


강현중 원장(사법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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