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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혜안과 용기가 어느 때보다 그립습니다

- 1周忌 맞은 故 이영구 판사를 추모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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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님께서 따뜻하고 힘찬 목소리로 저에게 전화를 주신 것이 지난해 6월이었습니다. 다정하게 안부를 물어주시고, 조만간 식사 모임이라도 가지자고 말씀 주셨었는데, 그 동안 유명을 달리하시고,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흔히, 사람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희미해져 간다고들 하는데, 애정에 바탕을 둔 그리움은 오히려 그와 반대되는 것 같습니다. 예전의 기억이 새록새록 뚜렷해지는 것은 저만의 일은 아닐 듯 합니다.

이영구 판사님!

판사님은, 법관으로서의 황금기를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에 보내셨습니다. 혈기와 정의감에 넘치는 지방법원 부장판사로서의 시절을, 불행하게도 정의가 무시되고, 법치가 등한시되는 시기에 보내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사님은, 여느 법관들과는 다르게 생각하셨고 다르게 행동하셨습니다.

깊이 사색하셨으며 용기 있게 행동하셨습니다. 오로지 판사답게 고민하시고 판사답게 판결하셨습니다.

유약한 지식인이 흔히 그러하듯이, 정의관념에 반하는 현실에 맞닥뜨리면 슬그머니 타협의 방안을 모색하고 편안함을 추구하는 태도를, 판사님께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중용임을 가장하여 비겁함을 숨기고, 만용임을 핑계대어 용기를 포기하는 모습을, 판사님께서는 보이시지 않았습니다.

해야 할 말을, 해야 할 때에, 하는 것을 영원한 책무로 삼는 판사로서, 판사님은 그 역할을 성실히 그리고 묵묵히 수행하셨습니다.

판사님의 판결이 있은 후 한 세대가 지나고, 상황이 한참 바뀐 뒤에야, 마치 그제서야 깨달았다는 듯이, 재심판결이나 위헌판결이 내려지는 사법 현실이 우리들을 부끄럽게 합니다.

이러한 용기에 더하여, 판사님은 냉철한 머리와 함께 한없이 따뜻하고 넓은 마음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법조선진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법관으로서의 불이익을 입으셨음에도, 원망의 한마디나 서운한 한마디를 하신 적이 없으셨습니다.

오로지 판사로서 해야 할 일을 하셨을 뿐이라고 한없이 겸손하셨으며, 묵묵히 역사의 흐름을 지켜보시면서 담담히 생활해 오셨습니다. 단지 용기가 모자라 판사님과 같은 의연함을 보이지 못했던 동료, 후배 법관으로부터 마음속 깊은 애정과 존경은 넘치고도 남아 흘렀습니다.

어제, 오늘, 우리의 사법부는 커다란 어려움에 처해있습니다. 판사님이 보여주셨던 혜안과 용기가 어느 때보다 그리워지고 있습니다. 감히 판사님의 깊은 뜻을 헤아려 보건대, 눈을 크게 뜨고 지난 70년의 사법부 역사를 돌이켜 본다면, ‘가장 기본적인 두 가지 일’을 바로 지금 시작해야 한다고 말씀하시지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

이영구 판사님 !

판사님을 향한 존경과 사랑의 마음은 우리들 가슴 속에 시간이 가면서 더욱더 커지고 깊어질 것입니다.

부디 천주님의 품속에서 평안한 영생을 누리시길 기원합니다.



2018년 11월 16일


이영구 판사님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후배 


양 삼 승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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