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法臺에서

"저를 사형에 처해 주십시요"

148415.jpg

최근 어머니를 죽인 아버지를 사형시켜 달라고 딸이 청와대 게시판에 청원을 한 일로 인해 사회에 큰 파문이 일었다. 오죽했으면 딸이 친아버지를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시켜 달라고 청원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형사합의 사건을 재판할 때이다. 두 아이를 죽인 어머니가 살인죄로 기소되어 재판받기 위하여 법정에 나왔다. 이 여인은 법정에 나오자마자 인정신문도 하기 전에 손을 번쩍 들더니 판사님 저에게 말을 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하였다. 이에 허락하였더니 갑자기 방청석 쪽으로 몸을 돌리더니 “저는 두 아이를 죽인 엄마입니다. 저를 사형에 처해 주십시요”라고 절규하는 것이었다. 지금도 그 장면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사정은 이렇다. 한때 직장생활을 잘하였던 여인이 결혼도 하고 아이 2명을 낳았다. 남편과 시댁과의 갈등으로 마음의 병이 생기고 급기야는 심한 우울증에 걸렸다. 현 상황을 벗어나는 방법으로 자살을 결심한 여인이 죽으려고 하니 사랑하는 어린 두 아이가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어린 두 아이도 함께 죽는 것으로 결단을 내린다. 먼저 아이들을 죽인 여인은 다리에 가서 강물에 몸을 던졌다. 그런데 마침 그곳을 순찰하고 있던 군인들에 의하여 구조되었다. 깨어나고 보니 자신만 살고 어린 두 아이는 죽어 있었던 것이었다. 우울증이 만든 안타까운 사건이다. 이 여인에게 인간이 만든 감옥은 별 의미가 없다. 이미 자신을 마음의 감옥에 단단히 가두어 놓았기 때문이다.

헤겔은 “마음의 문을 여는 손잡이는, 마음의 안쪽에만 달려 있다”고 한다. 마음의 문을 열을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는 것이다. 남이 열어 줄 수가 없다. 마음은 열어야 산다. 햇빛이 들어오고 시원한 바람도 들어와야 한다. 마음의 문은 마음속 깊은 것을 솔직하고 진실하게 대화할 때 열어진다. 이러한 대화를 할 상대가 없는 사람은 외로운 사람이다. 외로움이 쌓이면 우울증이 생긴다. 마음을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좋은 친구나 멘토를 만들자. 그리고 슬픔이 있으면 슬픔의 수문을 활짝 열어 부정적인 감정을 배출하자. 그래서 우리의 건강한 자아를 만들었으면 한다.


강영호 원로법관 (서울중앙지법)

관련 법조인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