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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무사에 소송대리권 부여 추진, 심각한 문제 있다

세무사에게 조세소송대리권을 부여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에 의해 발의되었다가 일단 제동이 걸렸다. 세무사의 직무에 '조세에 관한 소송대리'를 추가하고, 등록기간이 2년 이상인 세무사가 기획재정부 장관이 실시하는 '조세소송대리인 시험'에 합격하면 조세소송대리인 자격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그런데 이 법안은 내용이나 절차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

우선 절차적으로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가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인 변호사단체, 법무부 등에 의견을 조회하는 절차조차 생략한 채 긴급 상정되었고 발의된 지 며칠 만에 세무사업계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내용의 검토보고서가 나왔다. 국민의 경제·사회생활과 직접 관련도 없고 시급하지도 않은 이 법안이 도대체 어떤 '긴급하고 불가피한 사유'가 있어서 긴급 상정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검토보고서도 일방적인 주장 위주로 되어 있고 법리적인 문제가 많다. 이렇게 절차를 위반하여 급하게 법안을 처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졸속한 입법은 두고두고 화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이번 개정안은 소송 대상자의 법익 보호를 위해 만든 법률대리인 전문자격 제도의 본질과 원리에 맞지 않는다. 변호사법이 규정하고 있는 변호사에 의한 소송대리의 원칙은 소송절차법을 아우르는 대전제로서 대한민국 건국 이후 유지되어 온 중요한 틀이다. 세무분야와 관련된 사건의 소송을 전문자격사에게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는 논리는 결국 모든 소송에서 변호사 대신 해당 전문가에게 소송을 맡겨야 한다는 주장과 같다. 모든 소송수행에는 전문적인 법률지식과 소송수행능력이 필요해서 특정 분야의 전문지식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로스쿨 제도를 도입해서 이제 어느 정도 정착되었다. 로스쿨 제도의 도입 취지 중 하나가 충분한 숫자의 변호사를 배출하여 직역별 전문 변호사들이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요청에 부응할 수 있는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로스쿨 체제와 변호사시험 제도로는 세무 전문 변호사를 양성하기 어렵고, 세무 전문 법률가 수가 너무 적어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충분히 보장하기 어려운 만큼 조세 관련 전문지식을 가진 세무사에게 조세소송대리권을 부여해 법률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한편 납세자의 권리구제에 기여해야 한다"는 김 의원의 주장은 로스쿨 제도의 도입 취지에도 맞지 않는 잘못된 것이다. 이번 입법안은 시대에 역행하고 제도의 본질에서 크게 벗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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