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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프리즘

피로와 피곤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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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대 중반을 넘긴 필자도 이제 적지 않은 나이이긴 하나 가까운 데서 동년배의 ‘본인상(本人喪)을 접하면 말문이 막힌다. 얼마 전 모 검사의 부고(訃告) 또한 마찬가지였다. 삼십 대의 그 누구보다 성실한 검사로 알려진 그에 대해 지인들은 훌륭한 인격과 남달랐던 리더십 등을 기억하며 안타까워했다. 뿐만 아니라 그의 유품에서 발견된 낡은 수첩 속의 ‘마음가짐’에 대한 메모는 숙연함까지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며칠 전 내게 전해진 법조계 지인의 부고 소식, 역시 과로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돌연사였다. 다시 마음이 먹먹해졌다.

피로와 피곤의 사회, 그리고 번아웃(Burn-out). 어쩌면 법조계와는 뗄레야 뗄 수 없는 단어들이자 미덕처럼 여겨진다. 주당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된 후 크고 작은 로펌과 많은 변호사들이 각 기업과 기관 혹은 자영업자들에게 현장에 적용 가능한 완벽한 솔루션을 제공했을지 모르지만, 과연 법조계의 근로시간과 같은 근로환경은 어떠한가. 누군가는 사무실에서 멀리 들려오는 봉은사의 새벽 종소리를 듣는 게 일상이 되어 이명(耳鳴)에 시달린다. 다른 누군가는 3일에 한번 꼴로 밤을 새며 일하던 어느 날 갑자기 터질 듯이 뛰는 심장에 가슴을 움켜잡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렇듯 법조계 지인들과 과로 경험담과 이미 적신호가 켜진 건강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면 나눌수록 역시 ‘워라밸(일과 삶의 조화)’같은 유행어는 법조에서는 무지개너머에나 존재할 단어에 불과한가싶어 슬퍼진다.

물론 의뢰인의 삶을 껴안은 법조인의 매일이 무사안일하기만을 바랄 수는 없는 노릇. 어쩌면 피로와 피곤은 숙명일 수 있다. 하지만 심심찮게 들려오는 돌연사의 부고, 이러한 청년 법조인들의 사라짐과 웃지 못할 과로의 경험들까지 결코 당연시 될 수는 없다. 업무시간 외 카톡금지나 재량근로제 도입으로 해결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오히려 순진하게 느껴지는 요즘이기 때문이다. 오래 된 피로와 피곤의 사회 법조. 이에 얽힌 무용담이 더 이상은 들려오지 않기를 바란다. 빨간 경고등이 켜진 지 너무 오래다.


장희진 변호사 (지음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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