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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광장

형사조정에 관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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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인인 어느 검찰청의 형사조정위원으로부터 자신이 경험한 조정과정에 관하여 들은 적이 있다. 형사조정이 성립되지 않아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돌아간 이후에 상임조정위원으로부터 조정실적을 고려해야 한다며 전화 조정시도를 권유받았는데, 지인인 형사조정위원이 억지로 조정할 수는 없다며 거절하였다는 내용이었다. 형사조정위원은 이미 검찰청에서 조정이념이나 조정기법 등에 관하여 충분히 교육을 받고 절차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의외의 사실로 받아들였던 기억이 있다.


형사조정제도는 재산범죄나 일부 친고죄와 같은 일정 사건에서 검사의 사건처리 전에 미리 거치게 하는 제도다. 시행 초기인 2007년에 비하여 매우 빈번하게 행하여지고 있는데, 2017년 말 현재 검찰에 접수된 전체 형사사건 187만448건 중 5.5%에 해당하는 10만2665건이 조정에 회부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건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검찰로서는 매우 효율적인 사건처리 방편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형사조정의 이념이 제대로 구현되고 있는지 여부다. 우리나라에서 형사조정은 지금껏 관행으로 행해져 온 형사합의라는 말로 이해되어 온 측면이 있다.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둘은 서로 다르다고 보아야 한다. 형사합의는 당사자 간의 결과에 중점을 두는 경향이 강한데 반하여 형사조정은 회복적 사법 이념에 근거하여 결과에 이르는 절차도 중시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형사조정은 당사자 사이에 제3자의 개입을 통하여 범죄이전의 평온한 상태로 되돌린다는 회복적 사법(restorative justice) 이념 그 자체 혹은 이를 구현하기 위한 실천원리라고 할 수 있다. 형사조정제도가 형사소송법이 아닌 범죄피해자보호법에 규정되어 있는 것도 회복적 사법과의 관련성 때문이다.

회복적 사법은 1970년대 이후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전통적 형사사법인 처벌을 통한 사회방위라는 응보적 사법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범죄를 국법질서의 침해로서 보다는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보아 가해자, 피해자, 그 가족 및 지역사회를 함께 참여시키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즉 제3자인 지역사회의 중재로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진정한 사과와 배상을 통하여 피해를 회복하고, 피해자는 가해자를 용서함으로써 평온한 상태로 되돌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렇듯 형사조정은 근본적으로 회복적 사법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하지만 위 현장사례에 있어서와 같이 비대면 전화 조정절차가 진행될 경우 그 본질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에서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이를 형사조정의 바람직한 방향과 결부지어 살펴본다.

첫째, 형사조정은 당사자의 진정한 동의에 의하여 절차가 개시되어야 한다. 동의는 형사조정의 취지를 충분히 설명하고 이를 이해한 당사자로부터의 자발적인 동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러한 동의가 수반되지 않은 조정절차는 그 이념이 터 잡고 있는 회복적 사법에 비추어 생각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법기관의 지나친 조정성립 실적주의에 이용되고 있다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둘째, 형사조정의 목적은 단순히 당사자 간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있지 않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그것은 합당한 결과뿐만 아니라 그에 이르는 절차도 중시된다. 그런 의미에서 당사자로부터 조정절차로의 이행 동의가 있으면 심리적으로 평온한 장소를 택하여 서로 대면한 상태에서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형사조정이 단순히 사건처리 방편으로 기능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물론 인구 1인당 일본의 100여배에 해당한다는 형사고소 사건을 처리하기 위한 사법경제적 측면도 중요하다. 하지만 형사조정이 기본적으로 회복적 사법 이념에서 출발한 것이며 범죄피해자보호법에 규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일차적으로 근본이념이 도외시 되어서는 안 된다. 이런 면에서 형사조정의 지향점은 그 이념적 토대 위에서 사법경제적 측면을 고려하는 방법이어야 할 것이다.

형사조정제도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개선을 통한 지역사회의 평온을 회복할 수 있으며, 사건폭주에 시달리는 사법기관의 업무효율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제도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조정은 합의와 달리 그 절차도 중요하다는 점에서 끊임없이 조정이념을 되새기면서 절차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고 피해자의 2차피해자화를 초래할 수 있음을 유의하여야 한다.


최영승 대한법무사협회장 (법학박사)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