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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특별재판부 설치 논의에 부쳐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재판을 전담할 특별재판부 설치를 위한 법안이 지난 8월 국회에 제출되어 현재 논의가 한창이다. 법안의 골자는, 서울중앙지법에 특별영장전담판사,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에 각각 특별재판부를 설치하되 그 구성원이 되는 판사는 특별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대법원장이 임명한다는 것이다. 후보추천위원회는 대한변호사협회, 해당법원 법관회의 등이 추천한 9인의 위원으로 구성하되, 변호사 자격을 가지지 않은 각계 전문가 3인을 포함하도록 했다. 특별재판부 설치의 목적은 법원의 잇따른 압수수색영장의 기각과 자료제출의 비협조 등에 비추어볼 때 현재의 사법시스템으로는 사법행정권 남용의 실체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우리 헌법은 입법·사법·행정의 3권의 엄격한 분립을 전제로 상호간에 견제와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 국회·법원·행정부가 내부적인 문제에 관하여는 스스로 해결하는 자정기능을 가지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법원은 국가기능 중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기능만 가질 뿐 국회나 행정부와 같은 막강한 권력은 없으므로 사법의 고유영역은 특별히 보호된다. 법관과 재판의 독립이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 발전의 척도가 되는 이유는 국회나 행정부가 그 권력을 이용하여 헌법이 그어놓은 사법부 독립의 영역을 함부로 넘나들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양 대법원장 시절 상고법원 추진 과정에서 있었던 법원행정처 간부들의 처신이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다면 그 책임자가 문책을 당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양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의 피해자들이라고 주장되는 국제인권법연구회 또는 진보적 성향의 법관들 중 그 리더 격인 김명수 대법원장을 임명했고, 그 후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기로 하는 등 법관의 내부적인 독립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있는 법관들에 대하여 징계절차와 수사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법원이 압수수색영장을 대거 기각하고 자료제출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회가 개입하여 특별재판부를 만들겠다는 것은 헌법질서를 파괴하는 것이다.

우리 역사상 국회가 주도하여 특별재판부를 설치한 전례는, 1948년 일제강점기에 반민족행위를 한 자를 재판하기 위한 특별재판부가 유일하다. 본래 1947년 7월 2일 남조선과도입법의원이 ‘부일협력자·민족반역자·전범·간상배에 대한 특별조례법률’을 제정하였으나 미군정의 반대로 공포가 되지 않았는데, 국회는 1948년 8월 5일 ‘반민족행위처벌법 기초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같은 해 9월 7일 반민족행위처벌법을 통과시킨 것이다. 그러나 당시의 특별재판부는 헌법에 근거규정을 두고 있었으며(제헌헌법 제101조), 시대상황이 건국 초기이고 정부가 막 수립되었으나 권력층에 친일세력이 득세하고 있었다. 이러한 혁명적 상황이 아님에도 국회가 특별재판부를 만든다면 헌법정신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일 뿐 아니라 우리 헌정사에 매우 유해한 선례를 남기는 결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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