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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시험과 민사소송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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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시험은 법학전문대학원의 수업 및 교과과정 운영의 방향 결정에 절대적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변호사시험 필수과목 수업은 수강생들로 넘쳐나고, 그 외의 기초법 과목 등은 학생들의 외면으로 인하여 폐강 위기에 몰리고 있는 현실은 모든 법학전문대학원의 일반적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진행되고 있는 법학전문대학원 제도 개혁에 관한 논의 중에서 변호사시험제도의 개선 문제는 모든 관련 교수들의 관심사항 중 첫머리를 차지하고 있다. 


민사소송법 과목을 담당하고 있는 필자가 최근의 변호사시험 출제 방향과 관련하여 가지고 있는 소감으로는 민사소송법이 민법과의 관계에서 심각하게 홀대당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것이다. 2018년 1월 시행된 제7회 변호사시험의 민사법 문제를 예로 들어 보면 이러한 느낌이 단순히 전공자의 과잉반응이라고만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즉 선택형 문제 총 70문제 중에서 민법 문제가 35문이고 점수로 환산하면 87.5점(=35×2.5)이며, 사례형의 경우 총점 350점 중에서 민법 분야로 분류할 수 있는 문제의 배점이 총 180점이다. 그리고 기록형의 주요 논점 중 상법·회사법 관련 부분을 제외하면 전체의 70% 이상이 민법의 논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위와 같은 비율을 점수로 계산하면 총 390점으로서 민사법 분야가 총점 700점 중에서 56%를 차지한다. 그런데 선택형 문제 중 이른바 민법과 민사소송법, 민법과 상법의 혼합형 문제를 고려하면 민법 관련 문제의 점수는 400점을 초과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하여 민사소송법을 보면 선택형 문제가 18문으로서 45점(=2.5×18), 사례형 문제 70점에 지나지 않고 있다. 기록형 문제에서는 민사소송법 관련 논점은 없다. 결론적으로 민사소송법 관련 문제의 배점은 선택형 문제에서 혼합형 문제에 대한 배점을 고려하더라도 120점에 미달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배점 비율을 놓고 보면 과거의 사법시험 시절에 비하여 현재의 변호사시험에서 민사소송법 분야의 위상이 얼마나 초라한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현상은 비단 제7회 변호사시험에 한하는 것이 아니라 제2회 변호사시험 이후부터 계속 이어져 오고 있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민사법 과목이지만 상법은 민사소송법과 달리 꾸준히 나름대로의 위상에 맞는 배점비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민사소송법 전공자로서 자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변호사시험에서 민사소송법이 이러한 대우밖에 받지 못하게 된 원인은 무엇인가? 현실적으로 전공교수의 절대적인 수적 열세가 원인일 수 있다. 이러한 열세로 인하여 시험문제 출제 현장에서의 주도적 분위기가 민법 등 실체법 쪽으로 기우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민사법문제 출제에 참여하는 위원은 교수 외에도 사법연수원 교수·변호사 등 실무가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는데, 기록형이나 사례형 문제의 출제에서는 이들의 영향력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실무가들이 민법 문제의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선호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추측을 하여 볼 수 있다.

과거나 현재나 법원 재판의 모든 해답은 민법을 정점으로 하는 실체법에 있다는 신앙과도 같은 도그마가 법조 실무계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민법 규정에 대한 정확하고 정밀한 해석만이 법원 판결이 나아가야 하고 법학자의 올바른 태도라는 믿음 말이다. 법관으로부터 시작하여 실무가들 전반과 학계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도그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아예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조차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변호사시험에서의 민법 절대시 현상도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한 당연한 결과로 본다면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라고 폄훼할 수 있을까? 이러한 분위기에서는 사법제도로서 핵심적 위치에 있는 민사소송의 목적 중의 하나인 절차보장의 원칙이 홀대를 받을 수도 있다. 재판 결과에 대한 진정한 승복의 유도나 사법서비스 수요자인 소송당사자 및 일반 국민들의 사법(소송)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는 절차적 만족감으로부터 올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여야 한다. 이러한 절차권의 보장이나 절차적 만족감의 출발점은 모든 절차법의 기본법이라 할 민사소송법에 대한 인식의 전환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따라서 변호사시험에서의 민사소송법에 대한 홀대는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권혁재 교수 (경북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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