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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프리즘

너의 눈에서 숨은 티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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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옳고 그름 따지는 걸 좋아했다. 일상 대화중에도 상대방의 허점을 파고들어 곤란하게 만드는 걸 즐겼다. 정의의 화신이 되어 악한 상대방을 부끄럽게 만들고 법정에서 분연히 일어나 “재판장님 이의 있습니다!”라고 외치는 변호사의 모습은 상상만 해도 멋지다. 지루한 수험생활과 힘든 연수를 거쳐 영화에서 보던, 꿈에도 그리던 변호인이 되었다.


그런데 웬걸, 현실은 달랐다. 멋지게 싸워서 이기는 게 아니라 엎드려 비는 게 일상이었다. 법정에서는 불쌍한 표정으로 증인 1명만 받아 주십사 읍소한다. 옆에 의뢰인이 말실수할까 계속 불안하다. 구치소에 갔다. 담배 팔러 온 거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교도관에게 불쾌감은 숨긴 채 웃음과 애교로 통과한다. 접견실에서 만난 피고인은, 법정에서는 고개를 떨군 채 한 마디도 못 해놓고선 내 앞에선 웅변가다. 내가 만든 법도 아니요, 내가 한 재판도 아닌데 설명하고 달래는 건 나의 몫이다. 저녁에 만난 피해자님은 그XX가 직접 안 오고 변호사를 ‘사서’ 보낸 것 자체가 불쾌하다. 직접 왔으면 더 불쾌했을 게 분명하지만, 그냥 사과한다. 그리고 그의 잘못을 대신 뉘우치며 빈다. 나는 그저 죄인일 뿐이다. 하루를 마감하며 드는 의문. 난 도대체 무슨 잘못을 그렇게 많이 한 걸까.

그런 저자세 변호인의 일상에도 오아시스는 있었다. 일단 누군가에게 부탁하거나 대신 빌지 않아도 된다. 자백·반성·합의의 3단 콤보도, 신박한 논리도 필요 없는 변호인. 바로 상고심 국선변호인이다. 피고인이나 1·2심 변호인이 과거 어땠는지는 알 바 아니다. 단지 항소심 재판장의 실수 1개를 찾는 것이 목표.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사람이 아무런 실수를 하지 않는 경우란 오히려 드물기에, 상고이유를 쓸 수 없는 경우는 없었다. 물론 내가 적절히 상고이유를 지적했음에도 파기환송이 안 되는 서운한 일도 종종 생기지만 그런 경우에도 연구관의 검토보고서에 기재되어 어떻게든 반영은 되리라.

열정으로 뛰어다닐 자신은 없지만 내 눈의 들보 보다는 남의 눈의 티를 보는 것이 체질인 사람에게 딱인 이 활동에서 매우 주의해야 할 것은 바로 불변기간. 생각해보니, 10여년을 계속 해오던 국선변호를 올 해는 하지 못했다. 작년에 지원신청기간을 도과해버린 까닭이다. 다행히도 올해는 '법조프리즘' 덕분에 오늘이 마감인 신청기간을 놓치지 않았다.


박종명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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