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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체복무제 입법 서둘러야

11월 1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 판결을 통하여 지난 2004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번복하고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고 선고하였다. 대법원은 "병역법 제88조 1항의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병역법의 목적과 기능, 병역의무의 이행이 헌법을 비롯한 전체 법질서에서 가지는 위치, 사회적 현실과 시대적 상황의 변화 등은 물론 피고인이 처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정도 고려할 수 있다"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형사처벌 등 제재를 통해 집총과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을 강제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양심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라고 밝혔다. 지난 6월 28일 헌법재판소가 병역법 제5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데 이어 대법원도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형사처벌 할 수 없다고 판결함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를 둘러싼 사법적 판단은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대법원의 판결이 있었다고 하여 그 간의 양심적 병역거부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완전히 종식된 것은 아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하여는 인권의 진일보 관점에서 찬성하는 입장도 많지만 남북 대치라는 안보상황을 고려하여 우려하는 목소리 역시 상당하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 곧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와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현실의 토대가 서로 충돌하는 영역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충돌의 문제는 법률적 해석을 통한 사법적 판단으로 쉽게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대립되는 의견이 조정되고 통합되는 민주적 절차를 통한 해소과정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이와 같은 해소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못한 채 사법적 판단의 결론에 이르게 됨으로써 이번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대체복무제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여전히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민의를 통합할 책임이 있는 국회는 그 동안 양심적 병역거부의 문제에 대하여 사실상 조정과 통합의 역할을 방기하여 왔다고 할 수 있다. 외국의 사례나 국내의 논의상황을 보면 양심적 병역거부를 실정법 위반의 문제로만 다룰 수 없다는 점에서 이를 사회적 논의의 장으로 끌어들여 사회 구성원들이 공감하는 통합의 길을 제시하였어야 함에도 그와 같은 노력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였던 것이다.

"병역을 거부하는 것이 양심이면 병역을 이행하는 것은 비양심이냐"는 말이 나오는 것은 사회적 통합을 위한 신속하고도 적극적인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대체복무제를 둘러싸고 그 기간과 근무지, 근무내용 등에 대하여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는 상황에서 대체복무제 도입이 또 다른 사회적 분란을 초래하여서는 안 된다.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는 많은 젊은이들이 자괴감을 느껴서는 안 되며, 반대로 대체복무제가 징벌적 방안으로 시행되어서도 안 된다. 국회는 합리적이고 누구나 공감하는 대체복무제 입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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