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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컬럼

35. 의사와 환자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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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십 초반 나이의 진료 경험이 미천한 나에게 항상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스스로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의사와 환자의 관계”이다. 다양한 사람들을 대하고, 그들의 아픔을 들어주고, 치료해줘야 하는 의사의 사명은 질병의 문제에서 부터 환자의 삶의 문제까지 그 역할을 다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번에는 진료실에서 느낀 의사와 환자의 관계에 대해서 나의 이야기 해보겠다.


많은 사람들이 첫인상을 중요시 하는 것처럼 의사와 환자의 관계에서도 첫인상은 진료의 많은 부분을 좌우한다. 환자의 나이와 외모, 직업, 말투 등을 유심히 살펴보면 대화를 풀어갈 때 친근감을 만들거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의사와 환자의 관계라는 것이 사실 옛날에는 의사의 권위적 성향과 맞물려 일방적인 관계였었다고 하면 최근에는 의료정보의 접근성이 좋아지고, sns의 발달로 의사와 환자가 대등한 관계에서 소통하고, 공유하는 관계로 변했다. 이렇듯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시대의 변화에 대한 발빠른 대응을 하는 것이 진료실에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막 전문의를 따고 초보의사였을 때 당시 초등학생 건강검진을 하면서 겪은 일이다. 그 학생이 진료를 마치고 나에게 “의사선생님이 삐딱하게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서 진료하니 거만해 보여요”라고 말하는 것을 듣는 순간 화가 나기보다는 부끄러움에 그 학생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망치로 뒷통수를 한 대 때려 맞은 듯한 그 아찔했던 순간은 나에게 진료실에 환자가 들어올 때 다시 한 번 자세를 가다듬는 습관을 만들어 주었다. 의사가 스스로를 잘 정돈 시키는 것이야 말로 환자에게 그자체로 권위가 될 수 있고, 신뢰가 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환자·의사 호흡 맞아야

치료효과 커져


환자 진료 시 대부분 지식의 전달과 일방적인 권고만을 반복적으로 하고 있는 나를 자주 발견하게 된다. 물론, 지식의 전달은 매우 중요하나 사실 환자들은 지식의 전달보다도 위안과 공감에 더 감동한다. 공감대가 잘 형성된 환자와의 신뢰도의 상승은 질병 치료의 순응도를 증가시켜 더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나 현재 우리나라의 저수가 의료제도에서는 한명의 환자에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동네 의원에서 보는 환자군은 매우 제한되어 있어 늘 똑같은 진료패턴의 소용돌이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런 매너리즘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신선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요즘 진료실에서 환자들의 스마트폰을 슬쩍 보면 녹음하고 있는 경우를 가끔 눈치 채 곤 한다. "뭐 진료 잘하는데 녹음이 무슨 상관이겠느냐”만은 이런 불신의 현실이 안타깝긴 하다. 내가 하는 일이 즐거워지기 위해서는 함께 일하는 동료와 그리고 환자와의 관계가 즐거워야 한다. 신뢰가 바탕이 된 관계에서 환자들은 회복하고, 의사들은 보람을 느낀다.


경문배 (서울메디투어의원 원장)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