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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법 조문해설

54. 사내변호사와 겸직 제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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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변호사회 ‘겸직허가 및 신고규정’ 제16조(허가의 취소사유) ① 회장은 겸직허가를 받은 회원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 겸직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5. 업무방식, 사건 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송무업무를 주목적으로 겸직하는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될 때



1. 의 의

변호사의 대량배출과 직역확대로 사내변호사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사내변호사로 취업할 때도 소속 지방변호사회의 겸직허가를 받아야 하는지 문제된다. 변호사 자격등록과 개업신고를 한 후 정부기관에 취업한 사내변호사는 공무원을 겸직하는 것은 아니다. 그 변호사는 오로지 공무에 전념하며, 공무는 겸직허가 대상인 영리행위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겸직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 그러므로 변호사가 변호사의 직무가 아닌 영리업무를 수행하고자 할 때 겸직허가를 받아야 한다. 만약 사내변호사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자(법인 포함)의 업무집행사원·이사 또는 사용인이 되지 않고, 사내(社內)에서 변호사 고유의 직무를 수행한다면 겸직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엄밀한 의미에서 지방변호사회가 사내변호사로 취업하는 자들에게 일률적으로 겸직허가를 받도록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2. 사내변호사의 송무사건 처리와 겸직허가의 취소사유

변호사의 겸직허가 권한은 소속 지방변호사회에 위임되어 있다. 이 때문에 지방변호사회는 겸직허가와 관련한 조건이나 기한 등의 부관도 부가할 수 있다. 이런 부관은 적법하고 이행가능하며, 비례의 원칙에 적합해야 하는 등 부관의 한계를 준수해야 한다. 서울지방변호사회를 비롯하여 각 지방변호사회는 ‘겸직허가 및 신고규정’을 제정·시행 중이다. 그런데 이 규정 중에는 겸직허가 취소사유도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의 ‘겸직허가 및 신고규정’을 중심으로 겸직허가 취소사유를 살펴본다. 그 중 ‘업무방식, 사건 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송무업무를 주목적으로 겸직하는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될 때’는 취소사유로 규정하고 있다(위 규정 16⑸). 사내변호사가 송무업무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겸직허가를 취소하면 그 처분의 위법성을 다툴 겨를도 없이 그 변호사는 해고될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겸직허가의 취소사유 등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기 위하여 ‘겸직허가 및 신고지침’을 두고 있다. 이 지침에는 겸직허가 취소기준의 하나로 ‘겸직허가를 받은 회원이 당해 회사의 송무사건을 연간 10건을 초과하여 수임 또는 처리하였는지 여부’를 명시하고 있다(위 지침 6①). 이런 규정은 다른 지방변호사회의 ‘겸직허가 및 신고지침’에서도 발견된다. 사내변호사가 송무업무를 주목적으로 겸직하는 것이 명백하면 겸직허가를 취소할 수 있으며, 더욱이 당해 회사의 송무사건을 연간 10건을 초과하여 수임 또는 처리할 수 없도록 한다. 연간 처리할 수 있는 송무사건 건수의 적정성 여부와 구체적인 경우에 처리사건의 산정방식도 문제가 된다. 나아가 이 규정은 기업체의 송무사건을 사내변호사가 처리하지 못하게 되면, 기업체 외부 변호사가 수임할 수 있다는 기대 하에 제정된 것으로 신속하게 폐지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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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송무사건 처리에 관한 겸직허가 취소규정의 위헌·위법성

지방변호사회가 사내변호사의 송무사건 처리를 제한하려면 변호사법과 같은 법령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한 위임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행 사내변호사의 겸직허가의 취소사유는 법적 근거 없이 지방변호사회 회칙으로 정하는 것은 변호사의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 것에 해당된다. 변호사법이나 다른 법령에는 이런 내용의 위임규정이 전혀 없다. 지방변호사회는 영리행위를 하려는 변호사에게 겸직허가를 하면서 오로지 허가의 기한을 설정하거나 업무수행이 변호사의 징계사유에 해당되면, 허가취소를 할 수 있다는 등의 부관을 부가할 수 있을 뿐이다.

사내변호사는 고용된 기업이나 정부기관의 송무사건을 건수의 제한 없이 처리할 수 있다. 변호사가 변호사의 직무를 처리하는 것이라 겸직 제한의 대상도 아니다.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겸직 제한은 그 자유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여서는 아니 되고, 변호사의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 그쳐야 한다(서울행정법원 2002구합32964). 그런데 대한변협은 겸직허가를 얻은 변호사가 수행할 수 있는 소송대리의 '건수 제한'의 범위는 소속 지방변호사회의 소관사항이라고 회신한 바 있다. 사내변호사의 직무제한을 각 지방변호사회가 결정할 수 있다는 변협의 해석은 잘못된 것이다. 지방변호사회의 회칙으로 규율하고 있는 사내변호사의 송무사건처리 제한규정은 근거 없이 제정되어 위헌·위법한 것일 뿐만 아니라 변호사의 직역확대에도 반하는 것이라서 삭제함이 마땅하다.


4. 겸직 제한 제도의 재검토 필요성

겸직 제한 규정은 변호사법을 제정하던 당시부터 존재하였던 것으로 오늘날 현실에 맞게 개정할 필요가 있다. 변호사가 개업신고를 한 후에 (비정규직이지만) 상시 근무를 하며 보수를 받는 공무원 신분을 취득하는 것은 일상이 되고 있다. 변호사법은 이런 취업도 금지하고 있기에 현실을 제대로 규율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변호사회는 회원의 지위에 있는 변호사의 직역확대를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서야 한다. 명확한 법적 근거도 없이 송무사건을 처리하면 겸직허가를 취소하겠다고 하는 것은 사내변호사의 역할을 조직 안에 국한시키는 것이라는 점에서도 타당하지 않다.

겸직 제한 제도를 운영하는 지방변호사회는 변호사법의 본래 취지를 오해한 나머지 무리수를 두고 있다. 사내변호사의 송무사건 처리는 지방변호사회가 간섭할 영역도 아니다. 변호사가 단독 개업 또는 로펌에서 그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나 사내변호사가 되어 이를 처리하는 것이나 전혀 차이가 없다. 사내변호사의 직무가 모두 영리행위에 해당되는 것도 아닌데도, 일률적으로 겸직허가를 받도록 하는 것도 재검토해야 한다. 아무튼 현행 변호사법의 겸직 제한규정은 전국 변호사의 숫자가 몇 천 명도 안 되던 시절의 현실을 규율하려던 것이었다. 지금은 전국에 수만 명의 변호사가 있고, 저마다 생존을 위한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가고 있다. 변호사 자격만 있으면 걱정 없이 살아가던 시절에 존재하던 규제 일변도의 규정들에 대해서는 개선해야 한다.


정형근 교수(경희대 로스쿨·변호사법 주석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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