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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좋은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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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 왕 앞에 창기 두 여인이 섰다. 두 여인은 한집에 사는데, 사흘 간격으로 아이를 낳았다. 잠을 자다가 한 여인의 아이가 깔려 죽었다. 둘 사이에 분쟁이 발생했다. 산 아이가 자기 아이라는 것이다. 왕 앞에까지 와서 재판을 받는 것을 보면 이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이슈였던 것 같다. 당시에는 유전자감식 등 친자를 구별하는 방법이 없으니 그 아이의 친어머니가 누구인지 분별해 내는 것은 참으로 어려웠을 것 같다. 솔로몬 왕은 칼을 가져와서 그 칼로 아이를 반으로 나누어 절반씩 주라고 명한다. 그러자 그 아이의 친어머니가 “그 아이를 저 여인에게 주시고 죽이지 말라”고 절규한다. 솔로몬 왕은 절규하는 여인이 친어머니이니 산 아이를 그 여인에게 주라고 판결한다. 이것이 그 유명한 솔로몬이 한 좋은 판결의 내용이다. 


좋은 판결을 하려면 먼저 사실에 관한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 특히 형사사건이 그렇다. 이것은 피고인뿐 아니라 그와 함께 하는 가족공동체 모두의 생명과 명예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훗날 그 범죄가 피고인이 한 것이 아니라거나 범죄가 되지 않는다고 밝혀지는 경우 피고인과 그 가족들이 당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은 말할 것도 없고 훼손된 명예와 파괴된 가족관계를 회복할 길이 없다. 그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가. 따라서 형사사건에서는 아무리 작은 사건이라도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피고인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고 모든 증거에 대하여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좋은 판결을 하려면 밝혀진 범죄에 대하여 그에 합당한 형을 선고하여야 한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인간관계에서 저지른 범죄 등에 대하여 그에 맞는 형을 선고하기는 쉽지 않다. 이는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랑이 없으면 좋은 결론을 낼 수 없다. 이것이 판사들이 끊임없이 인간에 대하여 성찰하고 고민해야 하는 이유이다.

판사의 소망은 좋은 판결을 하는 것이다. 좋은 판결은 사람을 살린다. 탁월한 이론을 구성하고 수려한 문장으로 되어 있다 하여 좋은 판결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 판결 속에 피고인이나 당사자에 대한 판사의 깊은 고민이 배어 있는 판결만이 진짜 좋은 판결이 아닐까.


강영호 원로법관 (서울중앙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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