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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놀 권리, 사랑할 권리, 요원한 일상의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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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헌법공부를 할 때 ‘행복할 권리’(행복추구권)가 기본권이라는 게 신기했다. 우리는 과연 행복한가? 국가는 이를 충분히 보장하고 있는가? 성장과 돈이 우선이고, 행복은 뒷전이지 않은가? 유엔아동권리협약은 ‘놀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제31조). 아이들은 충분히 쉬고, 여가를 즐기며, 연령에 맞는 놀이와 오락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15~24세)들은 하루 평균 7시간 50분을 공부한다. 영국은 3시간 49분, 미국, 일본, 독일은 5시간 안팎. 우리 청소년은 OECD 평균보다 매일 3시간을 더 공부한다. 다른 통계에 따르면 우리 고등학생의 하루 놀이시간은 평균 2시간 5분인데 미국은 약 4시간 3분이라고 한다. 우리 아이들은 과도한 사교육과 극심한 경쟁에 짓눌려 있다. 오죽하면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2011년 한국이 아동의 놀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사랑할 권리는 또 어떤가? 누군가의 사랑은 비난받고, 심지어 혐오의 대상이 된다. 세상의 모든 말을 없애도 마지막으로 남는다는 그 ‘사랑’을 누군가는 입에 올리는 것조차 죽을 용기를 내야 한다. 사랑할 권리, 자신의 지향에 정직할 권리는 이성애자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
몇 년 전 ‘위험할 권리’를 주장하는 장애인을 보았다. 위험하다는 이유로 장애인은 시설과 집 안에 갇혀 지내야 하는가? 항상 보호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장애인도 스스로 위험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지적장애가 있는 여성이 사랑하는 남자에게 자꾸 돈을 가져다주었다. 성년후견이 개시되었고 그녀의 복리를 이유로 후견인이 재산권 행사를 대신하게 되었다. 비장애인이 좋아하는 남성에게 속아 재산을 주는 것과 비교하여, 지능이 부족한 사람은 같은 상황에서 왜 자신의 의사결정 권한까지 박탈당해야 하는가? 후견이 불가피하다고 해도 후견인은 당사자의 ‘의사’를 따라야 하는가, ‘복리’를 우선해야 하는가? 우리 민법은 복리를 우선하고 있다(제947조). 객관적이라는 이유로, 누구를 위한 것인지 알 수 없는 ‘복리’를 우선하는 것이 옳은가?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는 2014년 성년후견과 같은 대체 의사결정제도를 폐지하고, 의사결정을 조력하는 제도로 전환할 것을 우리 정부에 권고하였다. 지적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의사결정 권한을 함부로 빼앗지 말고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도우라는 것이다.

장애인이 주장하는 다른 권리들은 어떠한가? 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살 권리, 고속버스를 타고 이동할 권리, 학교 교육을 받을 권리, 1층 카페와 편의점을 이용하거나 접근할 권리, 영화를 보거나 들을 권리 같은 것이다. 모든 사람이 일상의 권리를 자유롭게 누리는 세상은 요원한가? 아동은 놀고 쉴 수 있게 해야 하고, 사람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핍박받지 않아야 한다. 장애인은 일상에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 더 이상 공기 같은 권리를 빼앗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


임성택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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