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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도입취지 몰각한 법무부장관의 ‘팩트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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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지난 25일 ‘국민이 묻고 장관이 답한다 - 로스쿨 문제 팩트 체크’ 영상을 통해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49.9% 이하라는 것은 거짓말이다. 입학 정원 대비 합격률은 75% 이상이며, 그 다음에 붙은 사람들까지 누적하면 80% 넘는 학생들이 변호사가 되는 것이 팩트(fact)다”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그러나 위와 같은 발언은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며, 로스쿨 제도에 관해 이루어진 여러 가지 비판과 문제제기를 ‘가짜뉴스’로 호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올해부터 변호사시험 제도 개선 위원회를 출범시킨 법무부가 정말로 잘못된 변호사시험 운영에 대한 반성과 시정 의지를 가진 것이 맞는지 의문스럽기까지 하다.

우선 진짜 ‘팩트 체크(fact check)’부터 해보자. 법무부장관이 언급한 다른 합격률 통계(입학 정원 대비 75%, 누적 합격률 80%)를 고려하더라도 올해 변호사시험의 응시자대비 합격률이 49.35%인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이는 법무부가 직접 발표한 보도자료의 내용이기도 하다. 그런데 법무부장관은 ‘팩트 체크’ 영상에서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49.9% 이하라는 주장은 거짓말”이라는 ‘거짓말’을 했다.

장관이 나서서 명백한 사실에 ‘거짓말’ 딱지를 붙이는 무리수를 둔 이유는 뭘까? 법무부장관은 “응시자대비 합격률 49.9%인 현행 변호사시험에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법무부 스스로 로스쿨 도입 취지를 몰각시키고 올바른 제도 운영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주장이다.

첫째, 시험 합격률은 당연히 응시자 대비 합격률로 판단하는 것이 상식이다. 비슷한 성격의 전문 자격 시험제도인 의대 국시(올해 합격률 약 95%), 약사 국시(올해 합격률 약 91.2%) 모두 응시자 대비 합격률만을 발표할 뿐이다.

둘째, 변호사시험의 응시자 대비 합격률은 제1회 87.15%에서 6년만에 49.35%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이에 따라서 커트라인 또한 총점 720점에서 또한 881.9점으로 161.9점이나 상승했다. 객관적인 자격시험으로 운용되어야 할 변호사시험이, 몇 회 시험에 응시했느냐에 따라 합격률에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매우 불공정하고 불합리하며, 그 자체로 제도 운영이 잘못되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셋째, 3년의 교육을 받고도 최대 5년 더 수험생활을 한 사람들 중 종국적으로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의 비율인 ‘누적합격률’을 근거로 합격률 문제를 부인하는 주장은 눈속임일 뿐 아니라 로스쿨 제도의 핵심적 목표였던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 ‘고시 낭인 방지’의 목표를 스스로 저버리는 것이다.

참여정부 사법개혁의 일환이었던 로스쿨 제도는 국가가 시험을 통해 인재를 선발하여 사법연수원에서 폐쇄적으로 법조인을 양성하던 기존 제도의 폐단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었다. 다양한 경험과 역량을 갖춘 인재들이 3년간의 충실한 학교 교육을 통해 법조인으로 양성되도록 하고, 시험은 변호사로서 최소한 갖추어야 할 자질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도록 한 것이 로스쿨 제도의 핵심이다. 학교의 주도로 예비법조인들을 교육하고, 국가는 법조인으로서 최소한 갖추어야 할 실력을 평가하는 보조적인 역할을 맡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고시 낭인’을 양산하지도 않고, 특권의식을 가진 ‘법조 귀족’을 만들어내지도 않는 것이 로스쿨 제도의 목표다.

그런데 법무부는 제도 도입취지를 고려하여 합격자수를 결정하여야 한다는 변호사시험법 조항{변호사시험법 제10조(시험의 합격 결정) ① 법무부장관은 법학전문대학원의 도입 취지를 고려하여 시험의 합격자를 결정하여야 한다}에도 불구하고, 매년 1500명 정도만을 합격시켜 변호사시험을 사실상 상대평가로 운영해 왔다. 응시자가 점점 많아지고 수험생들의 수준도 높아진 만큼 시험은 점점 일정 수를 ‘거르기 위한’ 시험으로 전락했다. 그 결과 지금 변호사시험 수험생들은 작년 합격생보다 객관적으로 더 높은 점수를 받아도 합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학전문대학원들은 하나 같이 변호사시험의 잘못된 운영으로 로스쿨 제도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인 ‘교육’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호소한다. 학생들은 고액의 등록금을 내고 3년간 학교생활에 충실해도 반 이상이 떨어지는 변호사시험을 앞두고 느끼는 극심한 경쟁심리와 압박감으로 소중한 목숨을 저버리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 모든 문제들의 근본 원인은 법무부의 잘못된 시험 운영이다.

그런데 법률 취지에 맞게 제도를 운영할 책임이 있고, 잘못을 시정할 권한을 가진 법무부장관이 사실에 입각한 정당한 비판을 ‘거짓말’로 둔갑시켰다. 법무부에 사법개혁의 취지에 맞는 제도 운영의 의지가 과연 있는지, 아니 그 이전에 법조인의 자격을 평가할 자격이 있는지 심히 의문이다.


오현정 변호사 (법무법인 향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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