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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개인정보보호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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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의 세제가 떨어질 것 같다고 생각하면 ‘아마존 대시’를 누른다. 그러면 별도로 가게에 가서 세제를 고르거나, 인터넷을 통해 주문을 하고 결제 시스템의 확인 및 인증 절차를 거칠 필요 없이 평소 자신이 사용하던 세제가 집으로 자동 배달된다. 무더위에 집에 들어가게 되는 주부가 스마트 폰을 통해 집에 들어가기 30분 전에 미리 냉방장치가 작동되도록 자신의 목소리로 명령한다. 그러면 인공지능 음성 스피커이자 스마트 홈 허브 역할을 하는 ‘아마존 에코’가 음성을 인식하고 에어컨을 작동한다. 고객이 주문한 물건은 ‘아마존 프라임 에어’서비스에 의해 드론을 통해 30분 만에 고객의 집으로 배송된다.


25년 전만 해도 만화에나 나올 법한 생활상들이 현실 속에서 펼쳐지고 있다. 이제는 세계 부호 1위가 된 아마존 그룹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1994년도에 중고 책 온라인 판매업체인 아마존을 창업했을 때 자신이 창고에서 미미하게 출발한 이 기업이 이와 같이 미래 세계를 주도할 것이라고 과연 상상이라도 했을까? 그런데 아마 그는 그랬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프린스턴 대학에서 전기공학 및 컴퓨터공학을 전공하여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헷지 펀드에 들어가 최연소 부사장이 된 그가 안정적 직업을 박차고 나와 부모로부터 돈을 빌려 창업에 매달리지 않았을까? 제프 베조스나 스티브 잡스와 같은 천재적 기업가가 그렸던 미래세계는 편리함의 추구와 함께 시간과 자원에 대한 불필요한 낭비를 줄여야 한다는 명제를 바탕으로 예측한 모습들이다. 이런 생활이 가능하게 된 기술적 배경에는 사물인터넷(IoT)과 자동 통신 및 보안인증 시스템의 발달, 대형 데이터베이스의 구축 등이 전제되어 있다. 소비자들은 마트에 가서 주차를 하고 전시물을 구경하러 돌아다니고 여러 세제들 중에서 어떤 제품을 쓸까 고민할 필요가 없다. 고민해 봐야 현재 쓰고 있는 제품에 문제가 없으면 그 제품을 그대로 쓰니까. 그럴 시간이 있으면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TV를 보거나 책을 읽으면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온라인으로 물품을 구입하려들면 매번 보안이나 인증장치가 뜨고 실패하면 처음부터 똑같은 입력 작업을 반복해야 하며 그러다 짜증이 나 나이가 든 소비자들은 구매를 포기하기 일쑤다. 더욱이 우리나라에서는 항공안전법의 규제로 인해 드론에 의한 배달은 아직 무리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발전은 머나먼 이야기처럼 요원해 보인다.

그런데 오늘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우리나라의 4차 산업혁명의 발전에 개인정보보호와 관련된 규제가 상당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IT분야의 조기 발전으로 우리나라는 다른 어떤 선진국보다 널리 인터넷이 보급되어 있고 이로 인해 온라인 업체마다 소비자들에 대한 광범위한 데이터베이스가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와 관련된 규제는 어떤 나라보다도 강하기 때문에 보고(寶庫)와 같은 이 데이터베이스는 쉽사리 활용할 수가 없다. 만약 성별, 연령, 지역, 직업에 따라 어떠한 제품을 선호하고 어느 가격대면 수요가 늘고, 어느 시간대에 구매율이 높은가 하는 정보를 활용한다면 제조업자는 집중과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불필요한 재고는 줄어들 것이며 자원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 온라인 업자들이 그 체제를 유지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수집되는 정보들을 제조업자들이 활용하여 시간과 자원의 낭비를 줄이는 것 ? 이것은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이 되는 공유경제(共有經濟: Sharing Economy)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찌된 연유인지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규제가 점차 심해지고 있어 이러한 ‘공유 절차’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이는 과거 독재정치 시절 때 행해졌던 개인 사찰 등 무차별한 정보수집에 대한 후유증에서 유래된 것일 수도 있고, 해킹에 제대로 방비하지 못했던 보안시스템 분야의 취약에 기인한 탓도 있다. 하긴 엄청난 선전과 홍보물들이 이메일과 핸드폰에 홍수처럼 밀려오기 때문에 규제가 필요하긴 하다. 그러나 과도한 규제는 우리가 갖고 있는 잠재력을 사장시키는 것이다. 모든 정책이 이미 생성되어 온 통계와 데이터베이스에 기초를 둔다면 그 정책은 더 이상 탁상공론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것이며 시행착오의 확률도 낮아진다. 산업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국제무역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스타트업 기업의 3년 생존율이 41%로서 OECD 17개 국가들 중 최하위에 속한다. 그 이유는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현실적인 요구나 성향 변화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과연 소비자 개인 정보가 철저히 통제되었다면 소비자에게 마치 바로 옆에서 필요한 물품을 공급하는 것과 같은 아마존의 체제가 가능했을까?

개인정보가 활용된다 할 때 정보주체인 개개인들이 갖는 두려움이란 특정화된 자신의 신상정보가 자기도 모르게 남에게 알려진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단순히 통계 자료를 얻기 위해 개별 정보주체를 익명화한 후 식별이 되지 않게 특정작업을 한다면 즉, 암호화를 한다면 개인의 사적인 정보가 새어 나간다고 할 수 없다. 현재 개인정보 보호법도 이는 어느 정도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자료들은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도 얼마든지 제3자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정보관리 주체로 하여금 이러한 자료들을 유상으로 제공하게 함으로써 별도의 소득도 얻게 한다. 정보관리자는 이러한 소득으로 해킹에 대비하고 철저한 암호화 체계를 유지할 수 있다. 문제는 ‘암호화의 수준’이다. 이는 규제 시점의 기술 수준에 입각하여 정할 수밖에 없다. 필자가 아는 한 우리의 암호화 기술 수준은 매우 낮은 편이다.

기업은 현실적인 소비자들의 소비 성향(trend)을 읽어야 한다. 사람들의 소비가 반드시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에 이론과 현실은 다를 수 있다. 기업이 실질적인 소비 성향에 맞추어 이에 부합하는 제품을 공급한다면 생존률을 높일 수가 있으며 관련 창업도 늘어날 것이다. 이것이 4차 산업혁명의 형태다. 우리의 선조들이 조선말 선진화된 문물 교류에 쇄국주의로 일관하여 강대국들의 공세에 패망한 것처럼 우리가 ‘개인정보 교류’에 철저한 쇄국주의를 고집한다면 우리의 4차 산업혁명은 그만큼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민희 변호사 (법률사무소 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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