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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봅시다, B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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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다녀왔다. 부산은 내가 말과 걸음을 배운 곳이고, 1992년 이후 야구를 끊겠다는 결심을 백번도 더 하게 한 롯데자이언츠의 홈그라운드이자, ‘암수살인’과 ‘허스토리’의 배경이 아니던가. 매년 영화제 소식에 엉덩이가 들썩거리긴 해도 실제로 찾은 것은 세 번째이다. 12년 전 외무고시 동기들과 문화적 소양에 넘치는 외교관이 되겠다는 핑계로, 내심은 밤새 해운대를 헤매다가 정우성도 이정재도 마주치고 말리라는 배포를 안고 여관방하나 잡지 않고 내려갔던 것이 마지막이었다. 올해는 정상화 원년이라 하였고, 나와 나의 고향과 함께 나이 들어가는 BIFF가 궁금했다.


시대가 다르고 풍경이 다르니 마음의 자리 또한 다르다는 섭리를 굳이 영화제까지 쫓아가서 확인하여야 하는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나는 부산에 와서야 새삼 깨달았다. 감독과의 대화가 있었던 ‘남한산성’을 시작으로, ‘고요한 인내’(우즈베키스탄), ‘카우보이의 노래’(미국), ‘아담과 에블린’(독일)까지 이틀간 네 개의 영화를 보았다. 남한산성의 눈바람, 중앙아시아의 모래바람, 개척시대 미국 서부의 황야와 초원 그리고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시커먼 숲길까지를 한 자리에서 본 것이다. 소위 인기작 예매에 실패하고 차선, 삼선으로 만난 영화에서 발견하는 즐거움 또한 영화제에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카라칼팍스탄의 교사가 소련군으로 참전했던 아프간 전쟁과 동료의 죽음에 관한 기억을 더듬어 가는 ‘고요한 인내’나 잉고 슐츠의 소설을 원작으로 베를린 장벽의 붕괴를 전후한 동독 연인의 선택과 좌절을 그린 ‘아담과 에블린’이 모두 그러하였다. 물론 코엔 형제의 ‘카우보이의 노래’를 위해 ‘영화의 전당’을 꽉 메운 관객들과 무릇 영화를 좋아하는 자라면 반응해야 할 법한 장면마다 과하게 웃고 탄식하던 순간이 영화제의 바로 그 찰나라는 점 또한 진실이었다. 그저 좋았다.

해운대시장 꼼장어 대신 호텔 앞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을 두고 생각했다. 내년에는 수영만과 사직구장 사이에서 고민하고 싶다고 말이다. 씨 유 어갠.


김정연 교수 (인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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