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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시대, 이민자 사회통합을 이야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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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저명한 이민학자 스티븐 카슬은 국가 간 인구이동이 일상화되고 보편화된 현 시대를 ‘이주의 시대’라고 호칭했다. 이민자는 노동, 결혼, 유학, 관광, 방문, 망명 등 다양한 목적으로 고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 살면서 고국과 거주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례로 EU 회원국 간의 자유로운 인구이동이 보장된 유럽에서는 이민으로 인한 많은 사회문제들로 인해 일반대중이 이민을 경제보다 더욱 중요한 이슈로 인식할 정도이다. 

 

이민자는 거주국의 사회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지만 동시에 경제적 부담이 되고 기존 사회문화 질서를 위협할 수 있는 양날의 검과 같다. 따라서 이민자가 사회의 생산적이고 책임 있는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제반 사회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많은 이민 수용국들의 시급한 정책과제가 되었다. 동시에 이주로 인해 인종, 종족, 문화적으로 다원화된 사회에서는 선주민과 이주민이 서로를 인정하고 공존하는 지혜와 기술이 필수요건이 되었다.

우리나라도 이주의 시대를 맞이하여 이주민이 한국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2018년 7월 기준으로 230만명에 달해서 전체 인구의 4%를 차지하고, 정주형 이민자들이 늘면서 선주민과 다양한 방식으로 긴밀한 관계를 맺어가고 있다. 따라서 이제 우리나라의 이민정책은 출입국과 외국인 관리의 수준을 넘어서 이민자가 사회의 생산적이고 능동적인 구성원이 되기 위한 이민자 사회통합을 지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민정책을 컨트롤 타워와 같이 총괄할 수 있는 전담기구를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국경관리, 출입국, 이민, 귀화, 이민자 사회통합을 전담하는 부서를 갖고 있다. 아시아에서도 중국의 경우 2018년 자국 거주 외국인이 늘어감에 따라 ‘국가이민관리국’으로 조직을 확대 개편하였고 일본 법무성도 최근 ‘입국관리국’을 격상해 가칭 ‘입국재류관리청’을 내년에 신설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국내 체류 외국인 중 재외동포가 차지하는 비율이 40%에 달할 만큼 높은 점을 감안하면 ‘이민동포처’와 같은 기구를 설립해서 이민과 재외동포 정책을 함께 다루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또 한 가지 시급한 과제는 이민자의 사회통합을 지원하기 위한 재정을 안정되게 확보하는 것이다. 올해 초에 발생한 제주도 예멘 난민 사태의 경우에서도 난민신청자들의 일시 보호를 위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서 일반 주민들과 인권 단체들이 숙소, 의료, 취업 지원을 담당했다. 앞으로 이런 돌발적인 사태뿐만 아니라 항시적으로 발생하는 이민자 관련 사업 예산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아직 국민이 안 된 이민자를 위해 국가 예산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일부 국민들은 거부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수익자 분담의 정신에 따라 이민자의 출입국과 국적 취득과 관련된 수수료 등을 이민자 사회통합기금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미국도 출입국 관련 수수료를 국고로 귀속하지 않고 외국인 관리를 위한 특별회계의 재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런 목적의 이민자 사회통합기금을 조성하기 위한 입법 노력이 있어왔다. 2014년에 새누리당 김회선 의원은 ‘외국인 사회통합기금’을 위한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안은 지원대상인 외국인의 범위에 대한 혼란과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 등으로 분산된 예산을 법무부가 주관하는 외국인 사회통합기금으로 합치는 것에 대한 부처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서 실현되지 못했다. 이런 문제점들을 보완해서 올해 8월에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이 이민·통합기금 설치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안에 따르면 이민·통합기금은 재한외국인의 인권옹호와 사회적응 지원을 위해 사용되고, 기금 조성방식은 정부 출연금 및 보조금과 함께 출입국 관리와 국적 취득에 따른 수수료, 과태료, 범칙금을 기금으로 귀속해서 국민 세금 부담을 경감한다는 것이다. 이 안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금의 목표를 여성가족부와 고용노동부 등의 기존 사업들과 중첩되지 않는 법무부의 고유 업무, 그리고 외국인 인권보호와 이주 초기의 사회적응 지원과 같은 기본적인 이민자 사회통합 사업을 수행하는 것에 한정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여러 부처들에 분산된 사업들을 이민정책 전담기구로 통합하고 이민자 사회통합기금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아직 큰 틀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법무부의 업무에 충실하게 이민·통합기금이 조성되고 활용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다.

끝으로 이주의 시대에 걸맞은 포용적인 국민 인식이 필요하다. 역지사지의 자세로 우리가 외국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갈 때 대우받기를 원하는 대로 이 땅의 이민자를 대우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외국인이 살기 편하고 외국 기업이 자유롭게 경제활동할 수 있을 때 국가경쟁력은 커질 것이다. 적법하게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 된 이민자에게는 자기개발의 평등한 기회를 제공해서 사회발전에 적극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 큰 대한민국은 영토와 경제력만이 아니라 국민의 마음 크기에도 달려있기 때문이다.


윤인진 교수 (고려대 사회학과)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