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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장판사 징계조치에 대한 논란과 문제점

재판 절차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최근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가 견책 처분을 받은 것을 두고 ‘사법행정권 남용’이냐, 아니냐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고법 부장판사는 2016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수석부장판사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당시 형사 단독판사가 원정도박 혐의로 벌금 700만원의 약식명령이 청구된 ‘프로야구 오승환·임창용 선수 사건’을 정식재판에 회부하려고 하자 공판절차 회부 결정문 송달을 보류시키고 담당 판사에게 "다른 판사들의 의견을 더 들어보고 처리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말했다는 사실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었다. 이러한 말이 수석부장판사로서의 조언으로 정당한 사법행정권 범위 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한편으로는 담당 판사가 공판절차 회부 결정문에 날인한 상태에서 수석부장판사가 송달을 보류시키고 결과적으로 공판절차 회부 결정을 번복하게 한 것은 정당한 사법행정권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 사건은 그 후 공판절차에 회부되지 않고 벌금 1000만원의 약식명령으로 처리되었다. 담당 판사는 수석부장판사의 말을 '부당한 간섭이나 압력이라 생각하지 않았다'고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해당 고법 부장판사는 징계처분에 불복해 지난 17일 징계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그 같은 행위가 정당한 사법행정권 행사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부당한 재판간섭으로 사법행정권 남용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대법원이 최종 판단을 하게 되었다.

이 사건은 그동안 사법행정권이라는 이름하에 관행적으로 이루어진 여러 행위들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말하는 사람은 조언으로 생각했지만, 실상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거절하기 힘들어 그에 따르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특히 재판부의 판결이나 결정과 관련해서는 법관의 독립을 침해할 소지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 이번 견책 처분 과정에서 대법원장이 직접 이 사건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고 또한 대법원이 그 결과를 설령 기자들의 요청이 있었다하더라도 알린 것이 적절한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판사에 대한 징계회부는 소속 법원장이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사건은 소속 법원장인 서울고등법원장이 아닌 대법원장이 직접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또 중징계사유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 결과를 언론에 알리다 보니 과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법원 내 구성원 간의 갈등은 깊어만 가고 있고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가질 수밖에 없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10월 말부터 약 3개월 간 전국 30여 개 법원을 방문해 판사와 직원들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다고 한다. 취임 1년이 지나 이루어지는 대법원장의 현장 방문이 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지금이라도 목소리가 큰 소수가 아니라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 마음을 읽어 내어 사법부의 위기를 잘 헤쳐 나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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