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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문제는 그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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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와 관련하여 법원과 검찰이 ‘영장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한다. 법원과 검찰간에 영장의 발부 등을 둘러싼 갈등은 여러 번 있었으나 이번처럼 전쟁이라는 표현이 사용된 적은 없는 것 같다. 법원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와 관련하여 고위법관들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영장 청구에 대해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다’는 이유 외에도 ‘법원행정처가 관련 자료를 임의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사법부의 독립을 본질적으로 침해할 우려가 있다’, ‘주거·사생활의 비밀 등에 대한 기본권 보장의 취지에 따라 압수수색은 신중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압수수색영장 청구를 대부분 기각하였다. 검찰은 영장이 기각될 때마다 실시간으로 기각사유를 언론에 알리며 법원의 기각결정을 비난하고 있고, 법원은 3600자에 이르는 기각사유까지 공개하며 반박하고 있다. 가히 전쟁이라고 할 만하다.


압수수색 영장 단계에 있어서는 범죄의 증명이 아니라 소명이 기준이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법원이 일반 사건과 달리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비판이 가능할 것이다. 반대로 영장발부 요건이 충분한지를 판단하여 기각한 것임에도 단순 통계 비교로 비판하거나 이번 사건의 특수성에 비추어 일반 사건과 동일선상에서 단순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나름대로의 타당성과 논거는 있는 것 같다.

이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하여 압수수색영장은 전부기각 27.3%, 일부기각 72.3%로 발부율은 ‘0’이라고 한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의하면, 일반 사건에서 압수수색영장은 지난 5년간 평균 발부율이 90.2%에 이르고 있고, 전부기각된 경우는 지난 5년간 평균 1%대로 나타나고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과 일반 사건을 비교하여 보면 체감적인 차이가 있음을 느끼게 된다. 한편 검찰의 압수수색영장 청구 역시 2008년 10만 여건에서 2017년에는 20만 여건으로 9년 사이에 2배로 늘었다. 2017년 형사 제1심의 피고인이 26만 여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 산술적 계산으로는 거의 모든 사건에 압수수색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압수수색영장은 구속영장에 비하여 덜 인권침해적 처분이라고 한다. 그러나 압수수색을 당하는 사람이 받게 되는 자존감 상실, 일상의 평온에 대한 불안감을 생각하면 ‘덜 인권침해적’이라고 쉽게 말할 수는 없다. 이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과정에서 압수수색영장이 대부분 기각된 것, 그것이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문제는 일반의 사건에 있어 압수수색영장이 너무나 쉽게 청구되고 발부된다는 것에 있다. 왜 일반 사건에 있어서는 ‘임의제출, 주거와 사생활의 비밀’과 같은 사유들은 눈에 잘 띄지 않았던 것일까? 법원과 검찰은 특정 사건에 있어 압수수색영장을 둘러싸고 전쟁을 벌일 것이 아니다. 그 보다는 그동안 압수수색을 너무 쉽게 생각하였던 것이 아닌지 돌아 보고, 압수수색영장의 청구와 발부에 있어 보다 엄밀하게 판단하고, 보다 인권 친화적인 방향으로 압수수색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소모적 전쟁보다는 미래를 위한 설계가 더욱 중요하다.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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