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월요법창

천만다행

147557.jpg

요즘 TV를 보다보면 잘생긴 대세 배우가 컵을 이용한 퍼포먼스를 하고 중독성 있는 '천만다행’이라는 노랫말이 흘러나오는 보험회사 광고가 나오곤 한다. ‘천만다행’이라는 노랫말을 계속 듣다보니, 사용 의도는 좀 다른 것 같지만 문득 20년 전 사법연수원 시절 교수님이 약간의 우스갯소리를 겸해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법률 지식의 깊이와 성품을 기준으로, 이를 모두 갖춘 금상첨화(錦上添花)인 사람, 법률 지식은 있으나 성품이 떨어지는 유명무실(有名無實)한 사람, 법률 지식이 다소 떨어지지만 성품이 좋아 천만다행(千萬多幸)인 사람, 어느 쪽도 모두 떨어지는 설상가상(雪上加霜)의 사람이 있는데, 잘 살펴 채우라는 취지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돌이켜 보면 그동안 설상가상의 형국이 아닌지 걱정스럽지만, 당시엔 그래도 속으로 ‘천만다행’인 경우에 해당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던 것 같다. 


분쟁에 휘말려 법정에 온 사람들은 무엇보다 자신의 얘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해 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억울함을 정확히 판단하여 선고해 줄 금상첨화의 판사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법조경력이 쌓여도 세밀하고 전문적인 지식을 따라가기란 쉽지 않고, 타고난 성품을 알고 마음을 다스릴 시간 확보는 더욱 어렵다. 자칫 설상가상의 판사로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해야 할 시대이다. 여기에 최근 법원을 바라보는 불신의 목소리와 의심의 눈초리로 인해 아예 금상첨화 판사에 대한 기대마저 조금씩 사라지는 것 같아 씁쓸하다.

며칠 후면 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다양한 법조인들이 신규 판사로 임용된다. 그와 동시에 사법연수원에서 4개월간의 연수가 시작된다. 신임법관연수를 준비 중인 필자로서는 그 연수가 신임법관들이 사건을 올바르게 해결하기 위한 역량뿐만 아니라 법관으로서의 사명의식과 덕목을 키울 기회가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그래서 단순히 기록을 보면서 사건의 해결책만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법정에 선 당사자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판사가 되길 희망한다. 유명무실이나 천만다행을 넘어 금상첨화의 판사가 되고, 그로 인해 법원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길 기도한다.


권성수 교수 (사법연수원)

관련 법조인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