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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광장

세무조사와 녹음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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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리 알려져 있듯이 미국에서 권력기관이 공권력을 행사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적법 절차(due process)의 준수다. 세무조사도 마찬가지인데 제도적으로 납세자의 권리를 매우 두텁게 보호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가 시행하고 있는 납세자 권리헌장, 납세자보호관, 권리보호 요청, 중복세무조사 금지와 같은 제도가 미국에서 들어왔다.


그러나 이것은 표면적인 이야기다. 미국 세법을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납세자의 권리보호와 별개로 조사공무원의 권한이 얼마나 막강한지를 금방 알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세법 제7602조다. 과세에 필요하다면 해당 납세자뿐만 아니라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제3자까지 별다른 시간 제약 없이 소환(summons)하여 조사할 수 있다. 이들이 보유하는 온갖 장부, 서류, 기록을 들여다볼 수도 있다. 이에 응하지 않으면 단순 과태료가 아니라 징역형의 형사처벌을 면키 어렵다. 탈세의 그럴듯한 혐의(probable cause)가 없어도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

이러한 조사권의 행사는 사후적인 사법통제가 따르기는 하지만 법원이 납세자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조사공무원은 그 목적이 적법하고 정당하다는 형식적 선언(affidavit)만 하면 되지만 조사대상자는 구체적 사실을 들어 해당 조사가 정치적 목적 등의 악의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2017년 미국 국세청이 의회에 제출한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에서 불과 연 89건의 권리보호 신청이 있었는데 이 중 단 6건만 인용(그 중 3건은 일부인용)되었다. 한마디로 세무조사를 임의적 행정조사 절차로 취급하는 우리나라와는 차원이 다르다.


미국은 왜 이런 무시무시한 권한을 세무공무원에게 주고 있을까. “오늘날 복잡하기 짝이 없는 연방 조세제도는 자진신고납부를 근간으로 하고 있고, 이는 모든 납세자가 과세에 필요한 정보를 과세당국에 솔직하게 제공할 때에만 가능하다. 국가의 엄정한 세무조사권 없이 공평한 조세부담은 불가능하다. 의회가 이렇게 강력한 권한을 국세청에 부여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무조사의 목적은 범죄혐의를 추궁하는(accuse) 것이 아니라 단지 궁금한 점을 묻기(inquire) 위함이다. 세무조사가 세법을 집행하는 데 필요로 하는 한 명백한 법률상 제한 없이 세무조사를 막을 수 없다.” 어느 기업을 세무조사하면서 이 회사를 감사했던 회계법인까지 소환할 수 있는지가 다투어진 유명한 Arthur Young 사건에서 1984년 워런 버거(Warren Burger) 당시 대법원장이 판결문에 직접 쓴 글이다. 세무조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름을 엿볼 수 있다.

정부가 세무조사 녹음권을 세법에 넣겠다고 발표하여 논란이 되고 있다. 사실상 사문화되었지만 미국에 비슷한 규정이 있다는 것도 제도 도입의 이유라고 한다. 우리 현행법 하에서도 조세, 형사, 금융, 공정거래 등의 행정조사 과정을 당사자가 녹음할 수 있는지는 논란이 있는데 유독 세무조사에만 이를 명시하자는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세무조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일부 조사공무원의 위법·탈법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이해된다.

물론 조사공무원의 일탈을 방지하기 위한 합리적인 통제장치는 필요하며 현행 제도가 이에 충분히 효율적인지는 늘 점검과 보완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국가의 적정한 재정확보에 매진하고 있는 모든 조사공무원을 잠재적 부정행위자로 삼는 듯한 녹음권 규정이 과연 바람직한 정책 대안인지는 강한 의문이 남는다. 단편적으로 미국의 녹음권 규정만 떼어내 보지 말고 세무조사에 대한 국가 차원의 인식이 어떠한 지부터 살피는 것이 정책당국이 우선해야 할 마땅한 책무가 아닐까.

금번 논쟁이 세무조사의 올바른 기능과 이를 대하는 국가와 국민의 인식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함께 되새겨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라며, 세법 학계와 실무계의 활발한 비판과 토론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 이 글은 ‘국세청 납세자보호관’이 아니라 ‘세법 학자’의 개인적 소견임을 밝힌다.


김석환 교수(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