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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재판제도 개선에 관한 몇 가지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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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법원에 상당기간 근무하던 법조인으로서, 친정인 법원이 국민의 신뢰를 받았으면 하는 애정에서 그동안 법정 밖에서 발견한 재판제도 개선사항에 관하여 고언을 드린다.



1. 법정 구속에 관한 법원 양형기준표 보완 필요
변호사생활을 수십년 하다 보면, 형사단독 재판부가 1~2개에 불과한 지방의 법원 지원에서는 몇 년에 한 번씩 형사단독판사가 바뀌어 재판을 선고하는 날 교도소와 변호사 사무실에서 꽤 큰 소동이 일어나곤 한다. 새로 바뀐 판사가 불구속으로 재판받은 피고인을 법정 구속(실형 선고)하는 건수가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필자는 형사사건이 별로 없으나, 근래에도 형사단독이 바뀐 후 체감상 통상 법정구속 사례의 몇 배(2~3배, 통계 입수가 어려워 정확하지는 않음)나 되는 법정구속을 하는 바람에 종전 사례에 비추어 구속을 전혀 예상 못했던 피고인, 가족들과 변호사 사무실, 교도소에서 큰 소동이 벌어진 일이 있었다.

형사단독 재판부가 다수인 대도시에 있는 본원 형사법원에서는 튀는 양형을 하는 재판부가 있으면 바로 문제가 되기 때문에 일어나기 어려운 장면이다. 또 형사합의부도 경력이 많아서인지 별로 그런 일이 없다.

그동안 당사자나 변호인이 이 문제를 재판부에 호소하려 해도 말을 꺼내기도 불편하고 혹여 재판 독립에 영향을 미친다는 오해를 우려하여 직접 재판부에까지는 전달되지 아니하는 탓에, 통상 해당 판사는 문제점을 체감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떠날 때까지 잘 모르고 지나가는 판사도 있는 것 같다. 이는 인근 소규모 지원에서도 몇 년마다 보는 사례인 점에 비추어 오래전부터 고질화된 문제임에도 공식적으로 거론되지 아니한 탓에 반복되어 온 것 같다.

당해 재판부는 법정구속이 불합리한 법정구속 기준을 바로잡거나 정의를 실현한다는 법관의 소신에 기한 것인지는 모르나, 특히 인신의 구속 문제는 국민(피고인과 가족)의 생활에 가장 치명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법관이 개인 소신을 펼칠 분야로는 가장 위험하고 부적절한 분야라고 생각된다. 특히 양형부분이 중요한 형사재판은 나의 부모형제가 그 재판을 받더라도 수긍할 수 있는 재판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필자가 궁금하여 대법원이 만든 양형기준표를 다시 보니, 형의 기간에 대하여는 죄목별로 자세한 기준이 정해져 있으나(2009년 양형기준표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징역 형량에도 큰 편차가 있어 소동이 벌어지는 일이 있었으나, 양형기준표 덕분에 요즘에는 별로 없다), 법정구속(실형 선고) 기준요소에 관하여는 개별 판사의 임의적용이 가능하도록 애매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국민의 사법부 신뢰를 위하여서도 형사피고인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의 하나인 법정구속 기준에 관한 양형기준표를 구체적으로 보완할 필요성이 시급하다고 본다.


2. 상소심 결과 하급심 법관 통지제도 시행

변호사로서 장기간 일하다 보면, 보통 재판부가 한번 변경되면 1~2년간 유지되는데, 특정 판사의 판결을 계속 받아보다 보면 유독 그 판사의 판결이 항소심에서 자주 번복되는 경우를 보게 된다.

그래서, 상소심(항소심)의 판결 결과(위의 형사판결 양형편차 포함)를 즉시 당해 하급심 판사에게 통지하는 제도를 시행한다면, 해당 판사가 부지중에 반복하던 판결상 과오를 빨리 알고 시정하게 되어 본인에게도 좋고 국민에 대한 사법서비스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대법원에서 상소 증가에 대한 대책으로서 제1심 판결 결과를 가급적 유지하자는 항소심의 사후심화가 논의되고 있으나, 재야에서 재판에 대한 국민의 반응을 오랜 기간 지켜본 필자의 의견으로는 제1심이 진실 발견에 미흡한 경우가 많아 1심의 획기적인 충실화가 전제되지 않는 한 아직 시기상조라 생각된다.

상소심 판결결과를 직접 통지하는 문제는 그전에도 검토된 적이 있으나 재판독립 원칙을 손상한다는 등의 우려로 시행되지 아니한 것으로 안다. 그러나 판사의 재판상 과오 문제는 증거인정이나 법리운용에 관한 문제로서 재판독립의 문제와는 전혀 관련이 없어 합당한 이유가 될 수 없고, 당해 판사에게는 당장 좀 마음이 불편할지는 모르나, 이러한 판결 실책이 누적될수록 국민의 사법부 신뢰에는 큰 해독으로 누적되게 된다.


3. 사법개혁에 관한 사법부 태도의 근본적 문제점

필자가 여러 차례 말해왔지만, 현대 민주사회에서 개인, 기관, 단체의 생존 원리는 거래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손님의 마음을 잃어버리는 식당은 문을 닫고, 국민의 마음을 잃어버리는 정치인은 낙선하고, 모든 상대가 있는 주체는 자신이 살기 위하여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에 필사적이다. 이는 민간으로 갈수록 더 치열한 생존의 현장의 모습이고, 요새는 과거 비교적 국민의 눈치를 안보고 편히 지내던(이른바 철밥통) 관료적이던 행정부, 군대조차도 자기 존립을 위하여 국민의 마음을 얻고자 국민이 원하는 바를 수집하여 빨리 개선하기 위하여 몸부림치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20여년간 외부에서 보면, 유독 사법부가 이 부분이 가장 미흡한 것 같다. 손님의 눈보다는 자신의 눈으로 보고, 지혜를 바깥보다는 안에서 구하는 경향이 많아 보인다는 것이다. 변호사회의 법관평가결과를 수용하기를 거부하는 것도 한 예다. 위 제도는 법원이 쉽게 얻기 어려운 재판에 대한 외부의 평가 정보를 손쉽게 얻어 스스로를 시정 발전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에도 재판독립 등 미약한 이유를 들어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그동안 사법부가 국민의 기대를 따라잡을 기회를 놓친 가장 큰 원인의 하나가 재판독립의 원칙 때문이라고 본다. 원래 역사적으로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목적으로 세워진 위 원칙 때문에, 법원 바깥에서도 법원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를 꺼리게 되어 법원이 놓친 채 지내온 경우가 많고, 법원에서도 때로는 이 원칙을 핑계로 당장 마음 불편한 지적을 수용하여 적극 개선할 기회를 놓쳐버리고, 그 결과 국민으로부터 훨씬 큰 매를 맞고 타율적으로 개혁을 강요당하곤 하였다. 역사적으로도 통제가 미흡한 권력은 항시 일탈을 하게 된다. 가장 쉽고 효과적인 것이 외부로부터 통제이고, 스스로에 대한 통제는 극도의 자제력이 필요하여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대법원의 재판거래 의혹 등 부적절행위가 그 예이다.

잘못된 판결로 승소한 당사자는 법원을 만만하게 볼 것이고, 억울하게 패소하였다고 생각하는 당사자나 불공평하게 법정구속되었다고 생각하는 피고인들과 그 주변인은 오해와 함께 법원의 적대그룹으로 누적되어 가게 된다. 이러한 불신그룹은 사법부에 관하여 이슈가 생길 때마다 사법부 매질에 열성적으로 동참하게 된다.

상고심의 적체에 따른 재판 부실로 인하여 국민이 억울한 재판을 대법원에서 바로잡을 기회가 사실상 크게 봉쇄되어 있는 현실에서, 전 정권 시절 대법원의 재판거래 등 부적절행위만이 이슈로 되어, 상고심 적체 해소와 하급심 재판의 충실화 등 국민들에게 절대적으로 시급한 문제들이 완전히 뒤로 내팽개쳐져 방치되어 있는 상황을 지켜보는 필자의 마음은 갑갑하기만 하다.

박종연 변호사 (경남 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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