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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마, 아니 '뽀롱이'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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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대전동물원을 탈출한 퓨마 한 마리가 사살됐다. 2010년 서울동물원에서 태어난 8살의 퓨마, 아니 ‘뽀롱이(대다수 언론이 쓰고 있는 '호롱이'는 잘못된 이름이다)’는 일생을 울타리 안에서만 살았고, 출입구 관리 소홀이라는 사람의 실수로 의도치 않은 외출을 했다가 결국 새끼들에게 돌아가지 못했다. 


동물원 측의 포획 실패와 성공, 뽀롱이의 재탈출에 이어 사살이라는 슬픈 결말에 이르기까지 퓨마는 하루 종일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메우며 같은 날 열리던 남북정상회담 뉴스를 무색케 했다. 뿐만 아니라 뽀롱이가 교육용으로 박제될 것이라는 소식에 “죽어서도 가둘 셈이냐”는 국민적 공분이 일기도 했다. 결국 뽀롱이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 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라 원칙대로 소각돼 퓨마사 근처에 묻혔다.

이번 일이 있고난 후 나를 비롯한 수많은 이들은 “꼭 사살을 해야 했나”라는 탄식에 이어 “동물원이 꼭 있어야 하는가”, “진정한 동물복지는 무엇인가”와 같은 원론적인 고민에 빠진 것 같다. CITES상 거래 금지된 원숭이가 대전 보문산에 살고 있는가 하면, 살아있는 앵무새를 빈 생수병에 담아 택배 상자로 거래해도 문제되지 않는 게 현실 아닌가. 누구나 동물원 사육장 안에서 몇 시간째 좌우로 뛰어다니거나 미동도 없이 한 곳만 응시하는 동물들을 보고 놀란 기억들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 동물원수족관법이 생긴 것은 2016년의 일인데다 전시동물에 대한 복지를 고려한 내용은 올해 개정안에야 겨우 반영됐을 뿐이다.

뽀롱이는 4시간 반 동안 총을 들고 자신을 쫓는 사람들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서식지를 벗어나지 못하는 퓨마의 습성상 어디로 도망칠 수 있었을까. 뽀롱이가 사라지자 분리 불안 속에 이상행동을 보인다는 새끼들은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 그 나라의 인권 수준과 도덕성은 동물을 대하는 태도로부터 알 수 있다는 흔한 말도 있지 않은가. 한 마리의 퓨마, 뽀롱이가 준 울림은 쉽게 떨쳐지지 않을 것 같다. 뽀롱이를 위해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장희진 변호사 (지음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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