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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첨단 시스템 가동의 전제조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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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자산의 75~80%가 부동산이라고 한다. 그만큼 부동산 관련 시장이 주는 경제적 영향도 지대하고, 그간의 역대 정부는 모두 이 부동산 시장관련 정책에 대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 대법원 역시 그동안 수년간 국민들의 세금으로 많은 돈을 들이고 오랫동안 노력을 거쳐,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한 각종 최첨단 전자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러한 첨단 시스템들은 점점 발전을 계속할 것으로 보이며, 대법원에서는 최근 통합전자등기시스템이 가동에 들어가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전자시스템을 이용한 전자등기 신청은 여러 부작용을 막기 위하여 법적으로는 전문자격사만이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부동산 등기관련 전문자격사들의 시장 역시 제도의 취지에 맞게 매우 이상적으로 그리고 바람직한 모습으로 운영되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정작 부동산과 관련된 부동산등기시장의 모습은 오래전부터 '명의대여', '보따리 사무장', '등기알선 브로커' 등의 문제가 제기되어 오고 있더니, 이런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이제는 엄청난 등기사건을 불과 특정 법무법인이나 1~2명의 변호사나 법무사 명의로 싹쓸이 하는 문제까지 대두되고 있다. 심지어 아파트 등 집합등기와 관련된 등기의 경우 수백 수천 건의 소유권 보존등기나 이전등기는 모두 무료로 해주고 근저당설정 등기만 비용을 받고 있다고 한다.

결국 작금의 현실은 이러한 각종 최첨단 전자시스템이 대법원의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오히려 등기시장의 질서를 파괴하고 전문가 시장의 파멸을 가져오게 하고 있는 원흉(?)으로 변해가는 모습이 함께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는 사이에 등기시장은 변질되고 정상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법무사나 변호사 등 전문 자격사는 설자리가 없어지는 반면, 극히 비정상적이고 탈법적인 방법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자들의 이익을 실현하는데 대법원의 최첨단 전자등기 시스템이 움직여주는 결과가 되는 면이 있다.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보다 전문자격사만 등기업무를 업으로 할 수 있고 전자등기를 신청할 수 있게 한 취지와는 달리, 전문자격사 본인이 직접 업무를 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심각한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는 최첨단의 시스템을 운영하는 당국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운영하고 철저히 관리감독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도외시하고 오히려 실적과 홍보에 치중하다보니 이러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제라도 전자등기와 집단등기 등 등기시장의 실태를 철저하게 파악하여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특히 새로운 시스템들이 정상적으로 가동하기 위한 여러 전제여건과 상황(자격사 본인의 직접 업무수행과 본인의 등기의사 확인, 브로커나 명의대여 금지 등)이 전제되지 않으면, 최첨단 시스템들은 그 취지와는 달리 우리의 질서와 생태계 자체를 파괴하는 도구로 작용하게 될 것임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이천교 법무사 (경기북부회)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