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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광장

로스쿨의 ‘진화’를 위하여 뜻을 모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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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한서(後漢書)’ 내 ‘이응전(李膺傳)’에 출처를 두는 ‘등용문(登龍門)’이란 단어는 과거 급제를 뜻한다. 이는 현대 한국에서 ‘고시’ 합격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어 왔다. “개천에서 용 났다”는 한국 속담도 같은 맥락에서 많이 사용되었다. 


과거 사법고시 제도가 운영되던 시절 단 5명만의 합격자를 배출한 해도 있었으니, 사시 합격은 가장 빨리 ‘용’이 되는 길이었다. 이렇게 극소수로 배출되던 ‘용’들 중 다수는 더 큰 ‘용’, 즉 정치권력이나 경제권력에 봉사하는 ‘법복귀족’의 역할을 하면서 자신의 지위와 부를 보장받았다. 물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고졸자로 사시에 합격하여 ‘용’이 되고도, ‘용’들이 국민을 위해 봉사하도록 만들기 위하여 고군분투한 경우도 상당수 있었다. 참조로 ‘등용문’의 어원이 된 이응은 후한 환제(桓帝) 시절 부패한 환관세력에 맞서 싸우다가 투옥된 정의로운 관료였다(‘당고(黨錮)의 금’).

참여정부 시절 사법개혁추진위원회가 만들어지고 행정부, 사법부, 법조계, 법학계는 의견을 모아 사시 제도를 폐지하고 로스쿨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하였다. 대학 교육의 황폐화, 40~50대까지 계속되는 ‘고시 낭인’ 현상, 법조계에 만연한 획일주의와 엘리트주의 등을 없애고 대국민 법률서비스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가 이루어졌기 때문이었다. 필자 역시 로스쿨 도입에 찬성하였다.

사시는 2017년을 끝으로 폐지되었다. 헌법재판소는 5대4의 의견으로 사시 폐지가 합헌이라고 결정하였다. 이제 로스쿨이 법률가가 되는 유일한 경로이다. 사시와 달리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한다고 곧바로 ‘용’으로 대우받는 경우는 드물다. 다양한 배경과 지향을 가진 로스쿨 졸업자들은 ‘초짜 법률가’가 되어 사회 구석구석에 진출하여 실력을 쌓고 있다. 바로 이것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로스쿨 도입을 통하여 이루려 했던 바였다. 이들 중 ‘승천(昇天)’하기보다 개천을 지키고 바꾸는 ‘메기’가 되고자 하는 사람도 있고, 바다로 헤엄쳐 나가 ‘고래’가 되려는 사람도 있고, 구름 위로 날아오르는 ‘용’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개별적으로 모두 의미 있는 추구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로스쿨 자체는 애초부터 ‘용’을 만들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필자는 로스쿨 도입 10년 동안 이 제도에 대한 여러 비판이 계속되어 왔음을 잘 알고 있다.

첫째, 고졸 출신이 로스쿨에 입학할 수 없다는 비판이 있다. 그러나 고졸 출신도 독학사, 학점은행제, 사이버대를 통해서 로스쿨에 입학이 가능하고, 실제 그런 과정을 밟아 로스쿨에 입학하여 장학금을 받고 공부하여 변호사가 된 사람이 상당수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현 제도 하에서 놓였더라면 분명 이 길을 택하였을 것이다{참조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시를 공부하던 시절과 달리, 현재 고졸자의 대학진학률은 70% 정도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중 최고이다}.

둘째, 로스쿨 등록금이 비싸다는 비판이 있다. 그러나 평균적 수험생을 기준으로 볼 때, 수험생 개인 또는 가족의 자력(資力)에 기초하여 장기간 공부를 해야 하는 사시 제도와 달리, 제도화된 장학금과 은행 대출을 활용하면서 3년 동안 공부를 하면 되는 로스쿨 제도가 비용 면에서는 더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2018년의 경우 전국 25개 로스쿨에 재학 중인 취약계층 학생 1019명이 등록금 전액을 지원받았다. 입학 시 사회취약계층의 소외 문제가 제기된 후, 전체 입학 학생 수의 7% 이상을 취약계층 대상 특별전형으로 선발해야 하도록 법 개정이 이루어졌다.

셋째, 로스쿨 입시 또는 로펌 채용 과정에서 ‘음서제’가 작동한다는 의심이 있다. 그러나 입시 원서에 부모의 이름이나 직업을 노출되지 못하게 하는 블라인드 면접 및 선발 규정이 제도화되었고, 헌법재판소는 7대2의 결정으로 변호사시험 성적이 공개되도록 만들었다.

10년차 로스쿨에는 미해결의 문제가 있다. 엄격한 상대평가를 유지하는 로스쿨 시험, 변시의 사시화, 변시 합격자 수의 제한과 합격률의 저하 등이 그 예이다. 그렇지만 행정부, 사법부, 법조계, 법학계가 어렵사리 의견을 모아 내린 제도적 결단을 뒤집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로스쿨은 정치투쟁의 소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치권과 법조계는 소모적 논쟁을 그만 두고, 로스쿨 제도의 ‘전복’과 ‘파괴’가 아니라 ‘내실화’와 ‘진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만들기 위해 뜻을 모아야 한다.

조국 교수 (서울대 로스쿨)

※ 이 글은 ‘대통령 민정수석 비서관’이 아니라 ‘로스쿨 교수’로서 쓴 글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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