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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냄비속의 병아리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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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지 크지 않은 법원에서 매주 다른 변호사들을 만나게 되는 것을 보면, 최근 변호사 숫자가 폭증했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실제로 2018년 9월 12일 기준 등록 변호사는 전국 총 2만5279명에 달하고, 최근 7년 동안 1만명이 증가하였다고 한다.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단기간 내에 변호사 숫자가 폭증하다보니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초임 변호사들이 법정에서 미숙한 변론을 하는 경우가 많아 재판장으로서 쉽지 않다는 정도의 지극히 이기적인 감상을 늘어놓곤 했었다. 그런데 사법연수원에서 교수로 근무한 후 재판부에 복귀하고 보니 법정에서 초임 변호사들의 부족함을 보게 되더라도 스스로의 부덕함을 반성하며 너그럽고 애틋한 마음을 갖게 된 듯하다. 가끔은 다분히 꼰대스런 나의 걱정과 우려를 날려버린 채 초임 변호사로서 멋지게 잘 해나가고 있는 당당한 제자들의 모습에 감동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초임 변호사가 제대로 버텨내기란, 예비 법조인들이 희망찬 내일을 꿈꾸기란 쉽지 않은 일이 되어 버렸다. 변호사 숫자가 빠른 속도로 증가함에 따라 변호사 업계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 지고 있다. 사법연수원 교수로서 체감한 청년 변호사들의 취업상황은 생각보다 열악한 수준이었다. 이에 예비 법조인들이나 초임 변호사들 중에 제대로 된 첫걸음도 내딛기 전에 좌절하고 포기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가까스로 첫걸음을 뗀 초임 변호사들조차 치열한 경쟁에 내몰려 내실있는 성장보다 불안하고 조급한 마음이 크다.

사랑하는 후배들이여, 너무 쉽게 좌절하고 포기하지 말지어다. 한국의 법조 환경은 언제나 위기였고, 변호사 업계의 경쟁은 항상 어제보다 더 치열했다. 법조 경력 몇 년 만에 완성된 법조인이 되리라 기대하지 말지어다. 감히 신의 영역을 넘보며 타인의 삶을 다루는 법조인에게 1만 시간의 법칙은 적용되지 않는 법이다. 법조인의 삶은 이슬람 시인 루미가 노래한 ‘냄비속의 병아리콩’과 같다. 그대들은 인생이라는 냄비속에서, 재판이라는 냄비속에서 수백 번, 수천 번 볶이고 또 볶이면서 양념에 잘 버무려져 쌀밥과 함께 누군가의 고귀한 생명이 되는 것이다. 세상이 그대들을 괴롭히는 줄 알겠지만 그대들은 지금 냄비속에서 고귀한 생명을 위해 맛을 들이고 있는 중이다.

여전히 가열차게 볶이고 있는 선배 법조인을 대표하여 오늘도 쉴 새 없이 볶이고 있을 가상한 후배 법조인들에게 뜨거운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이은혜 판사 (서울동부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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