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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그래도 법원은 국민이 기댈 최후의 보루다

지난 9월 13일 대법원에서는 ‘사법부 7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대법원 청사 2층 중앙홀에서 거행된 이날 행사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김명수 대법원장,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대법관, 박상기 법무부 장관 등 240여명이 참석하였으나 법원공무원노조는 참석을 거부하였고,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으로 구성된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는 기념식이 열린 당일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은 기념식을 열 것이 아니라 양승태 사법농단 해결을 위한 수사에 협조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하였다.

재판거래 의혹과 사법농단으로 인해 사회적 갈등의 해결의 장이 되어야 할 법원이 갈등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사법농단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관련자들에 대한 줄소환 조사를 통하여 강도를 높이고 있고, 압수수색영장 발부를 둘러싸고 법원과 검찰의 갈등 또한 그 어느 때보다 첨예화되고 있다. 현재의 상황이 어디로 가고 어디까지 가서 어떻게 귀결될 것인지 참으로 가늠하기 어렵고, 법원의 현 상황은 법조인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에게 참담함과 우려를 던져 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법원은 왜 존재하는지’ 계속하여 묻지 않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사법부 70주년 기념행사에서 축사를 통하여 "성실하게 살아가는 국민이 부당하고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것이 법이고, 정의를 바라며 호소하는 곳이 법원"이라고 하였다. 질문에 대한 답으로서 지극히 명쾌하고 타당하다. 법원이 바르게 서지 않으면 국민은 더 이상 기댈 곳이 없다. 법원이 바르지 못하면 바르게 세워야 한다. 그러나 바르지 못하다고 하여 무너뜨릴 수는 없다. 법원이 무너지면 국민도 넘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과거의 폐습을 일소하고 잘못을 바로 잡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되며, 그 궁극의 지향점은 ‘법원을 바로 세우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하지 않고 사법농단의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이 목표가 되거나 적폐라는 단어가 코드와 결부되어 해석이 된다면 이는 법원을 바로 세우는 것이 아니라 무너뜨리는 것이 될 것이다.

재판거래와 사법농단 의혹에 대하여는 사실이 명확히 밝혀져야 하고, 책임 있는 사람은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한다. 그러나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그 소임을 다하고 있는 다수의 판사들이 자괴감과 회의를 느끼도록 하거나 옥석을 명확히 가려 판단을 하지 않는다면 사법부의 적폐청산은 또 하나의 적폐가 될 수도 있다. 재판거래와 사법농단 의혹에 대한 수사는 검찰의 몫이다. 검찰의 수사를 통하여 법원이 바로 서지는 않는다. 법원은 스스로 무엇을 할 것인지를 내놓아야 한다. 사법부의 수장인 김 대법원장이 지금 시급히 해야 할 일이 바로 그것이다. 그래도 법원은 국민이 기댈 최후보루이다. 그러기에 법원은 스스로 최후보루임을 지금 증명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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