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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치자의 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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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치자의 사명(使命)은 무엇이며, 통치자가 그 사명을 다하는 길은 무엇인가? 


사명이란 사자(使者)로서 받은 명령을 말한다. 통치자의 사명은 하늘이 맡기고, 민족과 역사가 위탁한 일을 일컫는다. 그러한 사명을 마음속에 느끼는 것을 사명감이라고 한다. 통치자는 사명을 깨닫고, 사명을 위해서 살고, 사명에서 보람을 느끼고, 사명을 위해서 죽을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통치자가 인생을 보람 있게 사는 비결은 확고한 사명감을 갖는 것이다.

스위스의 사상가 힐티(Carl Hilty)는 “인간생애의 최대의 날은 자기의 역사적 사명 즉, 신(神)이 지상에서 자기를 어떤 목적에 쓰려고 하는지를 자각하는 날이다”라고 갈파(喝破)했다. 이것은 차원 높은 인생관이요, 사고의 질이 뛰어난 사상이다. 영국의 탐험가 리빙스턴(David Livingstone)은 “사람은 자기가 해야 할 사명이 있는 때까지는 죽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인간의 진정한 힘의 원천(源泉)은 사명감이다.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헌법 제4조).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한다(헌법 제5조). 대통령은 취임에 즈음하여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행복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暢達)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 합니다”라고 선서를 한다(헌법 제69조).

위 헌법조문에는 ‘남북회담에 임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사명’이 무엇인지 잘 표현되어 있다. 즉 남북회담에 임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사명은 북한의 핵 위협으로부터 국가를 보위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의 보존 및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기 위하여 북한 김정은이 주장하는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를 관철시키는 일이다. 그것이 헌법이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사명으로 맡기고, 국가와 민족이 위탁(委託)한 사명이다.

남북회담에서는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북한의 비핵화’가 반드시 합의문에 명시되어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 원칙이 실종된 남북회담으로는 남북의 평화체제보장은 공염불(空念佛)이 될 수밖에 없으며,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조치가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종전선언(終戰宣言)은 대한민국을 적화통일하려는 김정은의 전략일 뿐이다. 그러한 내용의 회담은 국제사회의 공감과 지지를 받지 못하는 역풍역수(逆風逆水)를 부르게 될 것이다.

헌법이 남북정상회담에 임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위탁한 사명 중 또 하나는 지금까지 역대정부가 무관심하게 방기(放棄)해온 북한의 무력남침에 대한 진솔한 사과와 한국전란 중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하다 북한으로 납치 된 국군포로 및 납북인사 8만5천명 중 생존자와 그 가족에 대한 강력한 송환요청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1949년 제네바에서 성립된 ‘포로의 대우에 관한 조약’에 의하면 “포로는 항상 인도적으로 대우하여야 하고 포로에 대한 보복은 금지된다. 그 신체, 명예를 존중하고, 포로에게는 무상으로 급양과 의료를 제공해야하며, 계급, 성별, 건강상태, 연령, 직업상의 능력 등을 고려하여 원칙적으로 평등하게 대우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국군포로는 북한에서 혹독한 강제노동 등으로 처참한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다. 이들을 하루속히 조국의 품으로 돌아오게 해야 한다.

이산가족 상봉문제는 북괴의 남침으로 야기된 문제로서 그것은 인도적 차원에서 처리할 문제이나, 국군포로 및 납북인사의 송환문제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할 의무를 진 정부와 대통령이 우선하여 처리할 사명이요, 책무라고 본다. 역사적으로 존경받는 위대한 통치자는 자기의 사명을 다하기 전에는 절대로 죽을 수 없다는 신념의 소유자였다.

남북회담 진행와중(渦中)에서 작금(昨今)의 우리사회는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수호하려는 국민과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전복하려는 세력 간에 총성 없는 냉전(冷戰; cold war)으로 자살행위를 하고 있다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영국의 사학자 토인비(Arnold Joseph Toynbee)는 “한 사회는 외부적 세력의 압력으로 붕괴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적 자살행위 때문에 망한다”고 갈파했다.

우리국민은 통치자로서 자신의 사명을 자각하고, 사명을 다하기 전에는 죽을 수 없다는 강한 의지를 가진 ‘위대(偉大)한 통치자’를 갈망하고 있다. 통치자가 통치자로서의 자신의 사명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자각하고 그 사명을 다하는 경우에는 ‘위대한 통치자’로서 기록될 수 있으나, 사명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무능한 지도자 또는 독재자’로 전략할 수밖에 없다. 통치자의 생활이 사명감에 사로잡힐 때 그 통치자의 인생은 비로소 알찬 의미를 갖게 된다.

북한 김정은이 요구하는 북한정권의 체제보장문제는 혹독하게 인권을 침해당하는 북한주민의 저항권행사여부에 달린 것이며, 남북 및 미북 정상회담의 협상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본다. 저항권은 기본권을 침해하는 국가의 공권력행사에 대하여 모든 실정법적 구제수단을 다하였으나 구제가 불가능한 경우에 국가권력에 대하여 저항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다.

미국의 존슨 대통령은 “대통령의 가장 어려운 임무는 올바른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옳은지를 아는 것이다(A President’s hardest task is not to do what is right, but to know what is right)”라고 말했으며, 케네디 대통령은 “전쟁무기가 우리를 멸망시키기 전에 우리가 그것을 없애지 않으면 안 된다(The weapons of war must be abolished before they abolish us)”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에 임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사명’은 헌법의 수호자로서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를 전제로 한 남북회담의 성공적 이행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위와 같은 사명을 자각하고 그 사명을 다할 때 위대한 통치자로서 역사에 기록될 수 있다.


최돈호 법무사(서울남부지방법무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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