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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광장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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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갑질의 전형; HUG)

이전 명칭은 대한주택보증공사로 일명 ‘대주보’란 약칭으로 불리운 이 공기업은 현재 전국의 재건축, 재개발사업장(이하 정비사업이라 한다)의 이주비대출을 거의 전담한다. 그런데 이 HUG가 현재 ‘법무사의 피를 빠는 흡혈귀’로까지 회자되고 있다(피해자에는 변호사도 포함된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닌 아예 운동장 자체를 치운 ‘갑질’ 행태 때문이다.

일반적인 불공정계약체결과정에서 약자가 강자에게 취하는 태도는 읍소, 항의, 법적투쟁이다. 그런데 정비사업에 있어 협력업체들에게 조합이 갑이고 조합의 갑은 HUG라 법무사는 ‘겹치기’ 을의 신세다. 조합과 HUG라는 강고한 두 벽 앞에서 법무사들이 읍소조차 못하고 널브러져 있다. 다소 자극적이고 과장되게 들릴 수도 있으나 전국 정비사업장에서 자행되는 국가 공기업의 갑질 행태를 살펴보자.


2. 정비사업과 HUG, 그리고 법무사

정비사업에 참여하는 법무사들은 대개 조합의 ‘추진위’단계서부터 오랜 기간 무보수로 조력하다가 조합설립 이후 협력업체로 일하게 된다. 등기 등 업무는 조합원들의 이주단계에서 이루어지는데 오랜 무보수조력의 열매인 셈이다. HUG는 본사는 부산, 실질업무는 서울에서 이루어지는 묘한 2중적인 운영체제이다. HUG는 전국의 정비사업장에서 이주조합원들에게 통상 종전 주택감정가의 60%를 이주비조로 대출받는 과정에서 해당 이주비대출에 대하여 독점적인 위치에서 거액의 보증보험료를 받는다. 법무사는 이 같은 이주비대출에서의 근저당권자인 HUG와 법무업무협약을 체결하게 되는 것이다.


3. 초저가보수의 강요

법무사의 보수는 대법원의 승인 하에 시행되는 보수표기준이 있다. 이 기준을 초과하여 보수를 받게 되면 징계대상이 될 정도로 엄격하다. 그런데 HUG는 보수표의 70.4% 삭감을 강요한다. 공기업이 국가기관이 정한 법무사보수를 상식 이하로 후려쳐 29.6%만 받으라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예컨대 부산의 경우 이주비대출에 따른 근저당권설정등기의 채권최고액이 1억 미만인 경우가 많아 보수는 3~4만원에 불과하다. 그 뿐인가? 근저당권설정등기의 경우 착수 및 완료시에 토지건물의 등기부등본의 발급은 기본이고 때로는 건축물대장 등 부수서류들을 뗄 경우도 적지 않다. 이는 등기신청전의 오류방지, 등기완료 후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필수적인 절차임에도 HUG는 이 경비도 인정 않는다. 또한 근저당권의 1순위를 강요하므로 법무사는 등기부상 선순위권리자를 파악하여 선말소절차를 이행해야 한다. 이 과정은 위험스럽기도 하지만 인적 물적 소요비용은 본래의 등기업무보다 훨씬 더 많이 소요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무수행에 필요한 보수표상의 어떤 항목도 인정하지 않고 29.6%의 보수에서 해결하라는 것이다


4. 제세공과금 대납의 강요

등기비용에서 법무사보수가 차지하는 비율은 크지 않다. 등록세, 면허세, 채권, 증지대, 인지대 등 제세공과금은 대개 법무사보수의 10배에 해당한다. HUG는 이 큰 비용을 법무사가 자체 조달하여 대납하라고 한다. 대납한 비용은 나중에 지급받으라고 하면서 대납절차에 소요되는 필요경비도 불인정한다. 보수의 10배에 해당하는 대납비용을 등기완료 후 일정기간이 지나서 별도의 청구절차를 통해 반환받으라고 하니 대체 법무사가 뭣인가? 이처럼 감내하기 힘든 고통을 국가 공기업이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5. HUG 본연업무 법무사에 전가

일반 금융기관 대출은 대출기관이 당사자를 대면하여 작성한 근저당권설정계약서상에 법무사가 부동산목록 등 일부 기재사항을 보충하고 제출된 인감의 정확성 여부를 확인함에 그친다. 그런데 HUG는 조합원간의 근저당권설정계약서 작성업무까지 법무사가 대행토록 강요한다. 여기에다 완성서류는 서울로 보내도록 요구한다. HUG자체의 검토와 날인이 이루어지면 다시 법무사에게 송부되는데 이 과정에서 개별담당자의 요구사항을 벗어나면 예사로 반송하는 만행도 서슴지 않는다. 법무사는 이 같은 절차를 거쳐 송부 받은 등기신청서를 마지막검토 후 등기소에 제출하는데 이는 일반 금융기관대출의 2배 이상의 업무에 해당한다.


6. 정비사업장만의 특수한 비용증가

이주비대출업무는 별도 장소에서 장기간 행해지므로 사무실 직원 외 최소 2~3명의 숙련된 직원이 소요된다. 현장에서의 서류확인과 설명 과정은 흡사 피난마당이나 진배없고 1일 처리 건수도 한정적이라 인적소요비용은 대폭 증가한다. 숙련된 임시직원을 구하려면 당연히 높은 보수조건을 제시해야 가능하다. 법무사는 평균 4만원선에도 미치지 못하는 보수로 이 모든 어려움을 해결하도록 강요받고 있는 것이다.


7. 불가능한 읍소, 항의

법무사는 터무니없는 보수후려치기와 불공정한 갑질 강요를 업무협약체결과정에야 비로소 알게 되고 비명을 지르게 된다. 보수료 29.6%에 일체의 필요비용의 불인정과 일체의 비용대납이라는 황당한 강요에 질려 계약을 머뭇거리면 “29.6%는 전국적으로 통일된 보수이다. 싫으면 언제든 그만두라”고 한다. 용기를 내어 항의하는 법무사에게는 조합까지 나서서 “우리도 어쩔 수 없다. 그냥 받아들이라”고 요구한다. 법무사로서는 향후 조합과의 관계까지 완전히 절연하지 않는 이상 이 노예적인 업무협약서 체결을 거부할 수 없는 것이다.


8. 비난받아 마땅한 HUG

위에서 언급한 각종 불공정한 갑질행위를 국가공기업이 자행하는 점, 그것도 독점적 지위를 이용하여 누린다는 점에서 비난가능성이 더 크다. 업무난이도와 위험성 그리고 많은 인적, 시간소요로 지출경비는 급상승하는데 반비례하여 후려치기라는 보수강요에 할 말을 잃게 한다.

특히나 금융실명거래관련 시행령 2조에 따라 HUG가 ‘금융회사등’에 해당된다고 한다면 HUG 자신이 이주비대출을 받는 조합원들을 상대로 직접 본인확인, 자필 등 대출관련 서류작성을 해야 함에도 이를 방기하고 있는 점은 심각한 불법행위로 지적받기에 충분하다.


9. 나가며 (死則生의 자세로)

현재 전국에서 정비사업이 한창이다. 법무사는 오랜 무료봉사의 대가로 협력업체가 되는 기쁨도 잠시, 마주치는 HUG의 갑질에 치를 떨게 된다. 갑질의 고착화에는 설사 법무사가 적자를 못 견뎌 협력업체의 지위를 포기하고 떠나더라도 ‘여타 법무사들로 대체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서울부동산의 과표가 지방보다 몇 배 높아 업무진행중인 서울법무사를 데려올 수 있는 점, 직원 급여라도 해결하려는 힘든 법무사가 적지 않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그리고 HUG와의 계약 시에는 이미 정비사업이 상당히 진행되어 법무사의 업무포기가 용이하지 않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근저당권설정등기 한 건에 3~4만원으로 비용대납과 후지급, 필요비용 불인정이란 무도한 갑질에 배겨날 방법이 없다. 그럼에도 감내하는 것은 수년 후 아파트 완공 이후의 이전 및 설정등기에 대한 기대인데 이게 요즘 상황에 비추어 과연 가능할까?

이제 HUG의 끝없는 불공정 갑질행위가 더 이상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 전국 법무사들이 함께 ‘사즉생(死則生)’으로 나서야 할 때다.


김성수 법무사(대한법무사협회 부협회장)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