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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조인의 청문회를 다시 생각한다

최근 여러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이 퇴임하게 되면서 후보자들이 연이어 지명되고 있다. 대법관인지 헌법재판관인지에 따라, 그리고 어느 쪽 지명 몫인지에 따라 국회의 임명동의 필요 여부가 달라지기는 하지만, 이들에 대해서는 공통적으로 국회에서 청문회가 열리고, 국회방송을 통해 생중계가 이루어진다.

이와 같은 최고 법조직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청문회가 시작된 지 벌써 20년 가까이 되었지만, 청문회에서 제시되는 질문들은 별로 바뀐 것이 없다. 최근 진행된 청문회에서도 위장전입이 8회이네 3회이네, 부동산 다운거래를 했네 안 했네, 동성애 합법화에 찬성이네 반대이네, 사형제에 찬성이네 반대이네 하는 질문들이 대부분을 채우고 있다. 반면에 최고법원 구성원이 될 사람들에 대하여, 도대체 사법부(대법원 및 헌법재판소 포함)란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에 대한 철학을 묻는 질문은 없다.

위장전입이나 부동산 다운거래를 질문하여 후보자의 도덕성을 검증하는 일도 필요하다. 그러나 사법부 최고직 후보자에 대해서는 그보다 훨씬 중요한 질문이, 민주주의 정치과정에서 민주정부의 일익을 구성하는 사법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지이다. 사법부는 원래 국민이 선출한 곳이 아니어서, 정치적 정당성을 가지지 못한다. 국민의 대표가 제정한 법률,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 지휘 하의 행정부가 제정한 명령 및 규칙을 왜 사법부가 위헌이라고 판단하고 적용배제할 수 있는지, 어떤 경우에 그런 판단이 비로소 허용되는 것인지에 대하여 후보자 각자가 가진 생각, 즉 사법권의 한계에 대한 생각이 어떠한지가 질문되어야 한다. 미국의 연방대법관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이 점이 항상 탐구되고, 또한 그의 과거 판결, 논문 등을 통하여 사법권의 범위와 한계에 대한 생각이 집중적으로 조사되는 것과 판이하게 다르다.

동성애 합법화나 사형제 폐지 여부는 그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를 세우는 일이며, 이는 원래 입법부가 할 일이다. 아주 엄밀하게 말하면, 사법부는 그런 가치판단을 회피하여야 한다. 사법부는 그 사회가 어떤 가치기준을 논의함에 있어서 특정 소수집단(minority)이 제대로 의견을 표명할 수 없는 상황일 때에, 즉 제대로 ‘대표’되지 못하는 경우에 그 소수집단으로 하여금 논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어야 하며, 궁극적인 가치판단은 가능한 한 자제하여야 한다.

동성애나 사형제에 관한 의견을 아예 묻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이런 ‘가치’나 ‘이념’에 관한 질문들을 통해서, 그 후보자의 성향을 판별해 낼 수 있으며, 진보인지 보수인지 등을 파악하는 일도 필요하다. 그러나 민주국가의 가치판단과 관련된 궁극적 결정은 입법부의, 넓게 보더라도 입법부와 행정부의 몫이며, 이를 전제로 한다면, 민주적 정당성을 가지지 않은 사법부가 입법부와 행정부가 정한 법률·명령·규칙의 해석과 위헌판단을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에 관한 질문은 사법부 최고직 청문회에서 빠뜨려서는 안 되는 질문임에 틀림없다.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청문회에서 제시되는 질문의 수준은 질문자인 국회의원들의 민주정치 이해도를 드러내는 것이다. 앞으로는 한 차원 높은 질문들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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