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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헌법재판소 창립 30주년, 위상에 맞게 제도 정비해야

지난 1일 헌법재판소가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1987년 6월 항쟁의 성과인 제9차 개헌을 통해 출범할 때만 해도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독립 청사도 없었고 재판관 9명 가운데 3명은 비상임이었을 만큼 힘겹게 출발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우려를 말끔히 불식시키고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한 재판기관, 정치세력과 사회 갈등을 최종적으로 풀어내는 조정자의 입지를 굳혔다. 법전에서만 존재하던 헌법을 국가운영의 실질적인 원리로 실행되도록 하고, 기본권 규정이 현실에서도 실현되는 구체적 권리로 구현해 냈다.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거나 우리 사회에 큰 획을 긋는 굵직굵직한 결정도 많이 내려서 국민이 가장 신뢰하는 국가기관이 되었다.

이제는 헌법재판소가 그동안 쌓아 올린 위상에 맞도록 제도를 정비할 때다. 우선, 그동안 논란이 되어온 한정위헌 결정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그동안 단순 위헌결정만 가능하다면 입법공백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을 길이 없어지고, 독일 등에서도 국회 입법권을 존중해 변형결정의 기속력을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법원은 한정위헌결정은 법률의 해석에 불과하고 법률에 대한 해석권한은 법원에만 전속된 권한이기 때문에 한정위헌결정에는 기속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변형결정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고 국회가 만든 법률을 아예 위헌이라고 결정하는 것보다는 가능한 살릴 수 있는 부분을 살려 위헌인 부분만 위헌이라고 결정하는 것이 더 낫다. 헌법재판소법을 고쳐 변형결정의 효력 등을 법률에 명문으로 규정해서 논란을 종결시켜야 한다.

헌법재판관 임명이나 헌법재판소장 선출 방법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은 강제집행력이 없는데다가 정치적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건이 많아서 민주적 정당성과 설득력 확보가 생명이다. 헌법재판관 9명 모두 국회 동의를 거쳐 임명하도록 해서 민주적 정당성을 강화해야 한다. 헌법 규정 해석을 둘러싸고 몇 차례 문제가 되었던 헌법재판소장 임명은 헌법재판관들이 호선하도록 제도를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호선제로 할 경우에는 임기를 법률에 명시해서 기관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문제는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이 옳다. 일반 소송은 법원이, 헌법소송은 헌법재판소가 담당하는 독일식 시스템을 따르면서도 독일과 달리 재판소원을 허용하고 있지 않아서 해묵은 논쟁거리다. 법조계에서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지만, 최근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가 떨어지면서 이제는 재판소원 허용 문제도 검토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헌법재판소를 최종적인 법 해석 기관으로 상정하고 재판소원을 전면 또는 일부라도 도입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재판소원을 허용하면 실질적인 4심제가 되고 헌법재판소에 사건이 폭주한다는 것이 외국의 경험이며 그 부작용도 적지 않을 것이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