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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취재수첩]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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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장이었던 이석태 변호사는 2016년 여름 뙤약볕 아래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 농성을 벌였다. 박근혜정부가 특조위 활동기간을 일방적으로 끝낸 데 대한 항의였다. 인터뷰를 포함해 기사 몇 꼭지 내보낸 것 외에 제대로 돕지 못해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 들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성원에 감사드린다'는 짧은 답을 보내왔다. 올 여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 변호사를 헌법재판관 유력 후보로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변 회장과 노무현정부 청와대에서 비서관 등을 지낸 그의 이력을 두고 '코드인사' 논란이 일긴하겠지만 국회 선출 몫 헌법재판관은 추천 정당과 코드가 맞는 인물일 수밖에 없기에 별 문제 없겠다 싶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그를 헌법재판관 후보로 지명 내정한 것은 여당이 아니라 김명수 대법원장이었다. '이건 무슨 초식이지?' 의아해하던 참에 여드레 후 여당이 김기영 서울동부지법 수석부장판사를 헌법재판관 후보로 추천했다. 김 수석부장은 김 대법원장의 최측근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헌법재판관 후보자 추천을 위해 모종의 교통정리가 이뤄지고 있다.' 이 후보 지명 이후 여드레간 국회와 법조계 안팎에서 들려왔던 얘기가 허튼 말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에 짧은 탄식이 나왔다.

법원은 물론 법조계 전반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인사거래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의심의 배경에는 헌법재판관 인준 절차가 있다. 국회 선출 재판관은 본회의 표결을 통과해야 한다. 민주당은 2012년 2월 자신들이 추천한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가 당시 새누리당의 반대로 본회의 인준 표결에서 부결돼 낙마한 쓰라린 기억을 갖고 있다. 반면 대통령이나 대법원장 지명 몫의 재판관은 국회 동의가 필요없다. 그러다보니 이 변호사를 추천하고 싶었던 민주당은 본회의 표결 절차를 피해갈 수 있는 '대법원장 지명' 카드를, 김 수석부장을 지명하고 싶었던 김 대법원장은 '측근 발탁' 논란을 피하기 위해 '민주당 추천' 카드를 주고 받아 '윈-윈' 카드를 선택한 것 아니냐는 말이다.

문재인정부의 '사법기관 코드인사' 노골화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마당에 나온 이번 인선은 '불난 데 기름부은 격'이다. "여당과 대법원장이 논란을 자초했다. 누구라도 이런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어느 부장판사의 말이다.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매지 말라는 뜻)'이라 했다. 인사도 재판처럼 공정성과 투명성이라는 외관(外觀)을 갖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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