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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재판, “Pick me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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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자정을 넘어 새벽까지 꺼지지 않은 법정이 하나 있었다. 바로 그 곳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에 관한 역사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감독과 프로듀서에 대한 명예훼손죄 형사공판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현대사의 한 단면을 되짚는 것이지만 역사관, 가치관에 따라 엇갈린 결론이 나올 수도 있는 이 재판에 대한 심판자는 다름 아닌 국민 배심원이었다. 3시간을 넘긴 열띤 평의 끝에 내려진 선고 결과는 무죄. 판결에 제법 논란이 있을 법도 한데 파장이 그리 크지는 않아 보인다. 


흔히 사법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 국민참여재판을 손꼽는다. 9주 연속 콘텐츠 영향력 1위를 차지한 모 오디션프로그램처럼 언젠가 모든 재판을 국민 프로듀서님의 선택을 받도록 하는 날이 다가올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로 10돌을 맞이한 국민참여재판이 뿌리내리길 바란다. 하지만 ‘너목들(너의 목소리가 들려)’과 같은 인기 드라마의 열풍에도 불구하고 수년 째 그 시행률은 전체 대상 형사사건의 1%대에 그치고 있다. 왜일까. 시행률만 놓고 봐서는 사법 불신 해소의 신통방통한 해결책이라고 하기에 아직 섣부른 기대가 아닌가도 싶다. 사법개혁위원회, 법원 등에서 원인 분석을 통한 여러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지만 정작 입법 단계에서 번번이 무산되었다.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장기적 안목에서 국민참여재판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도록 체계적이고 흥미진진한 재판체험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인력 확보와 시설 구축이 꼭 필요하다. 일선 법원에서 여러 사람의 노력으로 재판체험프로그램을 꾸려나가고 있지만 전문 강사 한 명 없고, 시설이나 교재도 변변치 않다. 사정이 그나마 나은 대법원 법원전시관에서 전문학예사가 운영하는 '타임머신을 타고 온 꼬마 판사' 등 직업 체험 프로그램은 참여 신청 페이지가 열리면 수 분 내에 마감이 되어 버린다. 모의재판, 청소년 자치 법정을 직접 경험했거나 학부모로서 이를 참관한 경험은 실제 배심원으로서 명쾌한 판단을 하는 데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게 분명한데 이를 위한 인프라는 이처럼 부족한 실정이다. 일전에 페이스북에 '대법원 법원전시관 누적관람객수 30만 명 돌파 행사' 동영상을 공유했더니 초등학교 동창생이 남긴 댓글이 기억에 남는다. “친구야, 부산에도 이런 법원전시관이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겠노?”

국민참여재판이 “Pick me up!”을 자신 있게 외칠 수 있도록 하나둘씩 챙겨봐야 할 일은 많아 보인다.

김대현 고법판사(서울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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