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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헌법의 약속’ (에드윈 캐머런 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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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엄한 재판정을 이끄는 재판관이 게이라면 어떨까? HIV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자이고 에이즈 환자라면? 누군가는 말도 안 된다고 웃어넘길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구 반대편에서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차별의 금지와 다양성의 존중을 외치는 한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에드윈 캐머런. 법조인들에게 가장 친근하고 익숙한 방식으로 그를 소개한다면,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헌법재판소의 헌법재판관이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헌법재판소는 최고법원에 해당하고, 인간의 기본권과 존엄성을 수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에게는 몇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

그는 게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는 게이이면서, 에이즈 환자이기도 하다. 30대 초반 HIV 바이러스에 감염된 그는 40대 중반, 에이즈 증상이 악화되어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기도 했다. 그는 에이즈 환자라는 사실 때문에 뼛속 깊은 수치심과 공포를 겪어야했고,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제를 평생 복용해야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이러한 그의 특징, 즉 게이이면서 HIV 감염인이라는 사실 덕분에 자신이 유능한 재판관이 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사회적으로 가장 존경받는 지위에 있으면서 또 한편으론 가장 약하고 억압 받는 소수자에 해당했기에 폭 넓은 시각으로 인간을 볼 수 있었고, 그러한 시각 덕분에 다양성과 균형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최고법원인 헌법재판소의 헌법재판관이자 게이이며 에이즈 환자. 그가 바로 '헌법의 약속 -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의 저자 에드윈 캐머런이다.

이 책은 저자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다양성 존중과 민주주의를 위해 치열하게 투쟁했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아파르트헤이트 시대의 종말과 헌법의 발효, 민주주의 시대의 출범 등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근현대사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봤던 인권변호사의 생생한 경험담이 녹아 있다. 그가 걸어온 길은 단순히 변호사로서의 삶이 아니라 약자의 인간다움을 위한, 다양성의 인정을 위한 처절한 생존의 길이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다양성은 경청하는 것’이라 말한다. 저자의 동료이자 現남아프리카공화국 헌법재판소 재판장인 모호엥은 “우리의 입헌 민주주의는, 목소리가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경청되고, 소외된 사람과 힘없는 소수자의 생각을 우리가 설령 듣고 싶지 않더라도 들어야 하게끔 고안되어 있다.” 고 하여 다양성에 대한 헌법의 약속이 정치적으로도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우리 사회의 다양성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가? 우리는 그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우리 사회의 한 부분으로 인정할 수 있는가? 우리는 다양성의 인정이 절실한 누군가의 처절한 부름에 응답할 준비가 되어있는가? 이제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조성환 변호사 (법무법인 헤리티지)
리걸에듀